정계 은퇴 선언한 김한길 의원 “오만과 독선 노무현식 정치 극복 못한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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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김한길 의원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합민주신당의 김한길 의원이 6일 총선 불출마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1996년 정계 입문한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에 이어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의 미디어본부장을 맡았다. 지난 두 번의 정권 창출을 도운 그의 정계 은퇴 선언은 10년 진보 정권의 퇴장과 맥이 닿는다.

 그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도 역임했지만 친노(親노무현)와의 결별을 시도했다. 그는 이날 은퇴 회견에서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의 변화를 더는 기대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열린우리당) 탈당을 감행했지만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측근들은 그의 불출마를 “유시민 의원처럼 대구 출마 여부 등을 따지기보다는 아예 자신처럼 친노 인사들도 불출마를 선택하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김 의원은 “내 지역구(구로을)는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인에 가장 적게 표를 준 서울의 10개 동 중 4곳이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다. 상대적으로 선전한 지역구임에도 포기했음을 강조, 친노 진영의 동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였던 불출마의 첫 테이프를 김 의원이 끊자 신당에선 즉각 대선 참패 책임 인사의 ‘2선 후퇴론’이 나왔다.

문병호 의원은 “열린우리당·참여정부에 핵심적으로 역할을 했던 분들이 적절하게 백의종군을 선택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최재천 의원도 “가장 책임 있는 분들은 가만히 있고, 거기에 항의했던 사람이 먼저 나간다”고 주장했다.

 김원기·문희상·이해찬 의원 등 중진들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천정배 의원 측은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어 (불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신당 중앙위, 합의추대-경선 놓고 첨예 대치할 듯=김 의원의 불출마는 당 대표 합의추대론을 요구했던 당내 386 의원들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있다. 경선을 주장하던 그의 불출마 선언이 오히려 경선파를 자극해 7일 신당의 중앙위원회에서 경선파와 합의추대파가 첨예하게 대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의원은 5일 신당의 김원기 전 국회의장, 정대철 고문 등과의 저녁 모임에서 불출마 얘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다. 부인인 탤런트 출신의 최명길씨와만 상의했다고 한다.

 다음은 김 의원의 일문일답.

 -결단 배경은.

 “대선 패배 직후부터 고민해 왔다. 나 같은 사람이 불출마해야 기득권 포기라고 생각했다.”

 -신당의 향후 진로는.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와 원칙을 따르는 게 답이라는 입장(경선론)은 변함없다. 또 현미경으로 차이를 보지 말고 망원경을 가지고 크게 봐서 민주당·창조한국당과의 통합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다른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 가능성에 대해선.

 “나부터가 중요하지 어떤 세력을 말하고 싶지 않다. 지금 누가 쇄신의 주체이고 대상인지 모호하다. 소설가 이상은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가 또 절망을 낳는다’고 했다. 그래선 안 된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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