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졌지만 삶에선 우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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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18면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핸드볼 선수 미숙(문소리)은 사업에 실패하고 잠적한 남편이 남긴 빚과 아이 때문에 국가대표 자리를 포기한다. 그녀가 빠진 국가대표팀에 감독 대행으로 부임한 사람은 과거 라이벌이었던 혜경(김정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미숙은 혜경의 설득에 아이를 데리고 태릉 선수촌에 입소하지만, 협회와 마찰을 빚던 혜경은 한때 연인이었던 남자 핸드볼 선수 출신 승필(엄태웅)에게 밀려나 선수로 뛰게 된다. 여기에 동년배인 정란과 골키퍼 수희까지 모인 핸드볼 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비웃음을 딛고 금메달을 향해 뛰어간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핸드볼 팀을 소재로 삼은 영화다. 두 번의 연장전에다 승부 던지기까지 했지만 끝내 패배하고 말았던 여자 핸드볼 팀.

이 영화는 그것이 패배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이라는 상투적인 어구에 진심을 실어낸다. 물론 선수들에겐 금메달을 따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미숙에겐 포상금이 필요하고, 혜경은 부상 때문에 바르셀로나 올림픽 결승전에 결장했던 한이 있다. 그러나 결승전에 이르러 그 모든 이유는 사라지고 단지 생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생애 최고의 순간’만이 남는다. 그러한 무아(無我)의 경지는 스포츠 영화의 가장 중요한 쾌락일 것이다. 확실한 재미의 포지션을 잡은 캐릭터와 여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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