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비쇼베츠의 감독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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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호주 4개국 올림픽대표팀 국제축구대회에 참가중인 한국올림픽대표팀의 훈련을 지켜보는 호주 교포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비쇼베츠감독의 훈련스타일이 이전 대표팀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매코이대학구장에서 대표팀을 훈련시키고 있는 비쇼베츠감독은 러시아에서 친한 친구로 지냈던 알트만 GK전담코치에게 마치 명령하듯 마구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직접 선수들을 지도하는바람에 김성남(金成男)코치의 모습은 눈에 띄지도 않는다 .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감독은 전략.전술을 구상하는등「큰 일」을 하고 훈련장에서는 코치 또는 트레이너가 훈련을 맡아왔다.
그러나 비쇼베츠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감독의 임무」에 철저하다. 『헤드코치(감독)란 훈련을 포함,팀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직책이며 어시스턴트 코치(코치)는 보조 역할』이라는 것이다.
비쇼베츠감독의 설명처럼 실제로 서구에서는 감독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
알트만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보좌역이기 때문에 모든 훈련은자신이 전담하고 알트만이나 金코치는 그야말로「보좌」만 해주면 된다는 것이다.
최근 올림픽대표팀 코치직을 사임한 이영무(李榮武)이랜드감독이『나는 할게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던 이유를 알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또「고집쟁이」「불평쟁이」로 불리며 국내 축구인들과 끊임없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이유도 여기에서 발견할수 있다.
오히려 비쇼베츠감독으로서는 감독의 임무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한국협회의 관행을 이해할수 없다는 눈치다.
어차피 96애틀랜타올림픽까지는 비쇼베츠감독에게 모든 책임이 주어졌다.
비쇼베츠감독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그의 선진적 훈련방법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인정한다.그렇다면 쓸데없는 잡음을 일으키기 보다는 신뢰감을 갖고 철저히 밀어주는 것이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시드니=辛聖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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