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脾肉-넓적다리의 군살.옛날 장군에겐 수치의상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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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비육(脾肉)은 넓적다리에 붙은 군살로 운동부족일 때 생긴다.
미관이나 건강상 좋지 않아 다이어트의 대상이 된다.그러나 장군에게 비육은 수치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漢)나라 말기 조조(曹操)가 한창 기세를 올릴 때였다.당시만 해도 유비(劉備)는 조조에게 쫓겨 종친(宗親)인 유표(劉表)에게 의탁하던 초라한 신세였다.
나이는 50을 바라보고 휘하에 장비(張飛)나 관우(關羽)같은맹장은 있었지만 아직 기회가 없었다.
조조의 전횡은 갈수록 심해졌다.그를 타도하고 한실(漢室)을 재건해야겠다는 생각은 간절했지만 모든 것이 역부족이라 유비는 한숨만 쉬고 있었다.
한번은 유표와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을 가게 되었다.유비는 깜짝 놀랐다.넓적다리에 살이 두둑히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말을 달려 천하를 호령해도 부족할 판에 다리가 굵어져 있다니…유비는 탄식을 했다.
이 모습을 본 유표가 까닭을 물었다.
『전에는 말안장에서 떠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다리가 날씬했는데 그동안 말을 타지 않아 이렇게…언제나 공업(功業)을 세울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유비의 「비육지탄(脾肉之嘆)」이다.그로부터 10여년뒤 그는 적벽대전에서 당당히 조조의 백만대군을 물리치고 촉(蜀)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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