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문/화/예/술/교/육 이다 - 고양 한뫼초등 미디어교육을 엿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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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라디오 뉴스를 놀이처럼 친근하게

“김모씨가 방귀 냄새의 범인이라는 목격자 증언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거짓말을 했을지도 모르니 이번 사건은 의문으로 남기겠습니다. 지금까지 한뫼소리통의 김소연 기자였습니다.”
지난 13일 고양시 한뫼초등학교(교장 길해성) 5학년 6반 교실. 한 학기 동안 진행돼온 ‘미디어교육-라디오 뉴스 만들기’ 마무1리 수업이 한창이었다. 지난/ 모둠별로 녹음한 라디오 뉴스를 반 학생들이 함께 컴퓨터로 들으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뉴스의 주요 아이템은 기말시험, 수학경시대회, 부모의 편애, 황당 사건. 6명씩 짝을 이룬 6모둠이 각자 정한 주제를 바탕으로 대본 작성과 녹음 과정을 거쳐 만든 뉴스였다.
“76%의 대부분 아이들은 시험 때문에 힘들다고 응답했다”는 그럴듯한 통계자료가 제시되는가 하면, “편애를 받는 아이들 대부분은 형제와 자매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에 대해 부모들은 편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했다”는 고발성 기사(?)도 보도됐다.
나윤(12)양은 “늘 교과서 수업만 하다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기사쓰기가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뉴스를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한뫼초는 5학년 6개반을 대상으로 1·2학기에 걸쳐 ‘미디어 교육’ 수업을 진행했다. 고양문화재단의 ‘학교·지역사회 연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수업은 1주일에 2시간씩 총 20차시(40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수업은 담임교사가 아닌 문화예술교육 외부 전문강사가 맡았다.
이 학교의 최숙정 교사는 “반 아이들 한명 한명의 생각을 이끌어내기 위해 시간 여유를 두고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는 교수법이 부러웠다”며 “그러나 교육 내용 중 일부는 필요 이상으로 넓게 펼쳐진 듯해 아쉬웠다”고 수업 참관 소감을 밝혔다.
미디어 교육 수업을 담당한 이아람 강사는 “아이들이 뉴스라는 미디어를 딱딱하게 생각하지 않고 놀이처럼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이 돼 보람되다”며 “시범사업으로 마련된 수업이어서 새로운 주제나 다른 형식의 뉴스 제작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위한 후속 작업이 없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양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의 황선영 씨는 “내년에는 교과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시리즈 끝>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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