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도시가살기좋은가>6.문화생활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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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과천이 문화생활 부문에서도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나타났다.
인구 1만명당 서점수와 음악.연극무대 객석수,영화관 좌석수에서는 중하위권에 머물렀지만 공공도서관 장서수(1위)와 전시공간 면적(5위)에서는 상위권을지켰다.
특히「유아를 위한 도서실」로 유명한 경기도립도서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 덕분에 문화도시로 전혀 손색이 없다.98년에 완공예정인 과천~서초간 지하터널이 개통되면 음악.연극.미술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서울서초동 예술의 전당에는 불과 1 0분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서귀포에 이어 3위를 차지한 광주의 경우 전시공간 면적에서 2위와 두배의 격차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지만 시민들의 주관적만족도는 전주보다 낮은 32위를 차지했다.
서울의 위성도시에서 1위(과천)와 최하위권(안산)이 공존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과천과 안산은 불과 30여분 거리에 위치하면서도 문화적 여건이 이렇게 다르다.
안산은 백화점.문화센터를 제외하면 전시회.음악회.연극공연이 연중 거의 열리지 않으며 변변한 시립합창단 하나도 없다.쾌적성이나 경제적 여건은 높은 편이나 문화생활 여건이 거의 갖춰져 있지 않다.
주관적 평가에서 높은 불만도를 나타낸 것은 서울의 위성도시로비교적 싼 주택가격 때문에 20~30대 부부 특히 신혼부부들이많이 살아 상대적으로 문화향수 욕구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음악회나 연극 공연을 보려면 서울 등 인근도시로 나가야 하므로 서울.수원.인천.안양에 둘러싸인 문화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6대도시만을 보면 광주.서울.부산.대전.대구.인천 順으로 나타났으나 종합 3위를 차지한 광주의 경우 주관적 만족도가 32위에 그쳐「문화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전의 경우 주관적 평가는 25위에 그쳤지만 종합순위는 16위에 올랐다.올해 둔산 신도시 부지에 착공된 대전종합문예회관 시설까지 계산에 넣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신도시 계획에서 주민 입주시기와 동시에 문화시설이 개관되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부고속도로에는 새로운 풍속도가 등장했다.수원.천안.대전 등지에서 외국예술단체의 내한공연을 보러 자동차로 1~2시간걸리는 예술의 전당까지 가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작년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금난새와 함께 떠나는 음악여행」에는 지방 청중들이 대거 몰려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문화생활이 살기좋은 도시를 비교평가하는 6개 부문중 가장 낮은 가중치를 부여받은 것은 아쉽지만 당연한 일이다.먹고 살기에급급해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삶의 질」을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었겠는가.
그러나 미래의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을 상상해 볼 때 문화생활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갈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이번설문조사 결과 공공도서관 장서수가 9위로 공원녹지비율을 앞질렀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인구 1만명당 음악.연극무대 객석수와 서점수,영화관 좌석수로만 문화생활을 평가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를지 모르겠다.문화란 하드웨어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결과 공연장.전시장을 갖추고도 활용도가 낮아 문화적생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문화소프트웨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경각심이 필요하다.
문화적 혜택이 서울 등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음은 어제 오늘의일이 아니지만 지방자치 시대에 걸맞는 문화의 지방분권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예술지원을 주택보급이나 도로관리.치안등에 못지 않은 업무로 인식하여 과감한 투자를 해야한다.
***○… 文化블록 바람직 …○ 한편 불필요한 인력과 재정의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도시간 자매결연 운동을 벌이거나 가까운도시를 연결하는 문화블록을 설정,교향악단이나 합창단을 공동으로운영하는 방법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문예회관 같은 대규모 문화시설의 신축도 중요하지만 문화공간의소규모화와 함께 사회시설의 문화공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예술감상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데 서울은 물론 지방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필요하다.
계획도시가 살기좋은 도시로 판명이 난 이상 앞으로의 신도시계획에서도 음악.미술.연극 등에 종사하는 문화행정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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