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개월 만에 무역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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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흑자 행진을 계속하던 무역수지가 4년9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12월 무역수지가 8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2일 발표했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3년 3월(4억9000만 달러 적자) 이후 57개월 만이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원유·액화천연가스(LNG) 같은 원자재 수입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게 영향이 컸다. 지난해 12월 원유 도입 단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86달러였다. 2006년 12월(배럴당 56.5달러)보다 52.3%나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전년 같은 달보다 원유 수입금액은 40.1%, LNG 수입금액은 49.6% 늘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기계와 같은 자본재 수입이 많아진 것도 한몫했다.

오정규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진흥관은 “1, 2월에도 적자가 날지 지금으로선 말하기 어렵다”며 “적자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반도체나 선박 등의 수출이 조금만 늘어도 쉽게 흑자로 반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자부는 올해 월별 무역수지가 당분간 적자를 유지하거나, 흑자가 나도 소폭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유가가 내년 상반기에도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가는 지난해 배럴당 평균 68달러에서 더 올라 올해는 74∼79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유국의 정정 불안 ▶미국 금리 인하 ▶투기자본 유출입 같은 이유로 유가 변동 폭도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자부는 올해 무역수지가 지난해 151억 달러에서 20억 달러 이상 줄어든 130억 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지난해보다 11.6% 증가한 4150억 달러, 수입은 12.7% 증가한 4020억 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연간 수출은 2006년보다 14.2% 증가한 3718억 달러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입은 15.3%로 수출보다 더 많이 늘어 3567억 달러를 기록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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