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를 러시아인보다 잘마시는 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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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를 러시아인들보다 더 잘 마실 수 있다.’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가 연말 연시를 맞아 세계적 술꾼으로 이름난 러시아인들보다 더 많은 보드카를 마실 수 있는 비법을 소개했다. 신문은 ‘러시아를 찾는 외국인을 위한 음주 지침서’란 부제가 붙은 기사에서 “러시아인들이 보드카를 잘 마시는 것은 타고난 체질 때문이라기보다 술마시는 요령이나 습관 덕분”이라며 음주 전후와 음주중에 지켜야 할 지침을 설명했다.

먼저 술자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쯤에 삶은 감자 2개나 생계란 2개를 먹던지 아니면 식용유 2스푼 정도를 마시는 것이 술에 훨씬 덜 취하는 비결이라는 것. 특히 생계란은 효력이 뛰어나 이것을 먹고 나면 보드카 한 병 정도는 거뜬히 해치울 수 있다고 신문은 주장했다.

일단 술잔이 돌기 시작하면 좀 힘들더라도 3잔 정도를 연거푸 마시는 과감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교적이고 호탕하게 보일 뿐 아니라 기선을 제압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 다음에 속도를 좀 줄이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처음부터 찔끔찔끔 마시는 모습은 ‘약자’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쉽다.

절대 다른 음료와 섞어 마시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맥주나 포도주 등 약한 술은 물론 주스나 탄산수 등도 절대 금물이다. 흔히들 보드카의 독한 맛 때문에 주스와 탄산수 등을 함께 마시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올바른 음주법이 아니다. 또 보드카는 양주처럼 조금씩 음미하며 마시는 것보다 일단 잔을 들었으면 한꺼번에 목 깊숙이 틀어넣는 것이 좋다. 50도에 가까운 독한 기운을 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주론 짭짤하고 신맛이 나는 음식이 좋다. 버터를 발라 캐비아(철갑상어알)를 얹은 식빵이나 삶은 감자와 양파를 곁들인 청어절임 등이 좋지만 이런 안주를 구하기 힘들면 절인 토마토나 오이도 괜찮다. 중간 중간에 안주를 계속 먹어주고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것도 술에 덜 취하는 방법이다.

러시아인들은 건배를 즐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앉은 테이블에서 한 명씩 돌아가며 일어나 건배를 제의하고 상당히 긴 건배사를 한 뒤 다함께 마신다. 혼자서 술을 따라 마시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술 자리에 가기 전에 그날의 모임 성격에 맞는 건배사를 미리 준비해 가는 것도 에티켓이다. 현지 서점에 가면 각종 행사를 위한 건배사들을 모아 놓은 책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만일 러시아어를 안다면 말이다.

술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맥주 한 병을 냉장고에 넣어 뒀다 아침 5시경에 일어나 마시고 다시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숙취 예방에 효과가 있다. 그래도 머리가 깨질 듯하고 속이 쓰리면 오이나 토마토를 절인 국물을 마시는 것이 최고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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