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스카우트 바람 거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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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케이블TV와 지역민방등의 출범으로「공중파독점」의 오랜 방송구도가 깨져나가면서 방송사상 최대의 스카우트바람이 불고 있다.기존 방송사는 간판프로의 유명PD.기자.작가.기술진등의 전격이동으로 소용돌이에 휩싸인 가운데 회사측에선 집안단속 을 서두르는등 정초부터 뒤숭숭한 분위기를 맞고 있다.
각 방송사 제작국에는 지난 연말부터 자리를 옮긴 PD들의 책상이 썰렁하게 빈자리로 남아있어 스카우트에 따른 후유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MBC의 경우 간판오락프로그램인『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김종진 PD가 케이블 오락채널인 HBS(현대방송)로 전격 이적하는가 하면『유쾌한 오락회』의 이대헌 PD도 대구지역민방으로 옮기며 사직했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천국의 나그네』이후 일손을 놓고 있던 황인뢰 PD와 콤비인 작가 주찬옥씨도 HBS로의 이적이 막바지 성사단계에 와 있다.오락예능담당인 홍 성 PD도 최근 사직하면서 함께 HBS로 이적할 것으로 알려졌다.
KBS도 역시 간판프로인『전국노래자랑』의 장찬정차장 PD,『KBS빅쇼』의 강관선 PD등이 최근 사표를 내는 등 경력 7~14년의 중견PD가 자리를 옮겨가고 있다.『사건25시』의 조재훈 PD와『다큐멘터리극장』의 조덕현 PD,『과학2 000』의 박영무 PD는 HBS로 자리를 옮겼고 『독점 여성정보』의 이명숙 PD,『아침마당』의 이원표PD는 교육채널인 마이TV로 떠나는 등 케이블로 29명,지역민방으로 14명이 자리를 옮겼다.
KBS보도분야에서는 대부분 종합뉴스채널인 YTN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기자 30여명,기술진까지 포함하면 62명이 YTN으로전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의 경우 『그것이 알고싶다』의 안석복PD가 부산민방으로자리를 옮긴 것과 함께 연봉제 계약직 조연출들이 대거 케이블TV로 이동하는 것이 특징.예능분야의 윤두경AD가 음악채널인 m.net로,이태흥AD가 여성채널인 DTV로 옮긴 것을 비롯,교양AD 3명이 HBS로,드라마AD 한명이 DTV로 이동했다.『작별』의 작가 김수현씨에게도 HBS가 개국특집드라마 작품을 의뢰해 최종확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대규모 이적사태가 발생하자 회사측은 초비상상태.느닷없이 이적사실을 알리고 간판프로의 PD들이 떠나자 제작공백 메꾸랴,추가이탈을 막으랴 골머리를 앓고 있다.심상수 MBC-TV제작국장은 4일 예능PD전원을 모아놓고 『프로제 작은 각자 자율에 맡길테니 아이디어를 내라』『열심히 만들자』고 이례적 신년사를 하는등 집안단속에 나섰다.특히 간판쇼프로 『토토즐』은 PD의 이동으로 AD를 대량투입하는 사태까지 발생.
KBS의 한 간부는 『그나마 남은 인력이라도 잘 관리,인력누출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현재까지 케이블TV등의스카우트 방식은 억대에 이르는 상당액의 계약금등 방송사보다 유리한 급료를 실리로,『자율적 제작환경보장』등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방송인력 양성 시급 ○…HBS로 이적한 11년차 모PD의 경우 계약금2억원과 연봉5천만원,1년뒤 부장승진등을 보장받은 것으로 확인됐다.PD의 황금시대가 도래하자 심지어 일부PD들은 스스로 케이블사측에 전화를 걸어 억대의 이적료와 함께 스카우트 조건을 타진해온다는 게 HBS와 m.net등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같은 스카우트 열풍에 대해 MBC제작국의 고위간부는 『케이블의 본방송시점인 3월이 다가오면서 스카우트 열풍은 더욱 거세질 조짐』이라며 『MBC PD의 30%가 스카우트 대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망했다.SBS의 한 간부는 『방송인력을육성하는 다른 장이 없는 만큼 기존 방송사에서 인력을 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한다』면서도 『케이블의 성공가능성이나 환경등을 각자가 면밀히 분석하는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의 PD들은 대부분 『일의 성취도와 높은 대우에 마음이 끌리지만 케이블TV의 광고물량등 성공에 대한 확신이 서지않아 망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가장 활발한 스카우트를 벌이고 있는 HBS의 김성희부사장은 『방송인력을 양성하는 정책이 그간 전무해 기존 공중파 방송외에는 당장 제작을 맡길 자원을 확보할 곳이 없다』며 『주력수출산업이 될 영상분야의 인력양성이제도화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崔勳.李殷朱.姜贊昊.李后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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