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대표 명예퇴진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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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자당은 6일 있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당의 세계화.활성화에 대한 지침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아울러 김종필(金鍾泌)대표의 거취문제와 관련한 힌트도나올지 모른다고 생각한 나머지 긴장된 모습으로 연두회견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金대통령 회견장에 국무위원과 당직자들을배석시키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측은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민자당쪽에서는 다른 속사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다시 말하면 金대표를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金대통령의 회견에서 金대표 거취와 관련된 문제가 언급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金대표등을 배석시키지 말도록 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대통령 회견에서 배석자의 얼굴빛을변하게 하는 내용이 나오면 서로 난처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이런 관측이 설득력이 있음을 뒷받침했다.
아무튼 金대표 거취문제는 金대통령 회견을 계기로 정가(政街)의 최대관심사로 부각될 전망이다.이런 마당에 최근 여권 핵심에서는 金대표의「명예로운 2선후퇴」를 추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이는 金대통령의「당의 세계화」「창당에 버금가 는 당 개혁」주문에 부응하려면 결국 13대 국회시절의 3당합당 유산인 金대표 체제를 정리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논리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金대통령은 3당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의 태생적 한계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며 이를 타파하는 것이 곧 당을 활성화하고개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여권의 고위관계자)는 맥락에서 金대표의 명예로운 퇴진을 이해하라는 얘기다.
金대표의 2선후퇴 추진은 따라서 3당 합당의 산물인 5(민정계):3(민주계):2(공화계)의 지분을 깨뜨려 보겠다는 시도로이해되고 있다.이를 통해 계파갈등을 없애고 金대통령의 당 장악력을 높여 명실상부한「김영삼 당」을 창출하겠다는 복안을 여권 핵심층은 갖고 있다.
당이 새로 태어나 「YS당」이 되면 과거 계보는 자연스럽게 소멸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당직자 이름 가운데서 대표를 당의장으로 바꿔보는게 어떻겠느냐는등 당직 개칭문제가 검토되는 것도 모두 金대표의 2선후퇴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金대표의 퇴진은 또 당내 최대계보이면서도 그동안 역할을 못했던 민정계의 요구이기도 하다.
민정계의 후계주자들은 자신들의 위상에 金대표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해 왔다.그런 점에서 민주계와 민정계가 일단 이해의 일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金대표 2선후퇴는 또 야권을 겨냥해서도 득(得)이 있다고 보는게 여권핵심의 생각이다.
즉 金대표 명예로운 물러남은 金대통령.金대표와 동시대인(同時代人)인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金대표의 2선후퇴는 곧 단임인 金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에 앞서「3김 시대」 종언의 서막을 고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여권핵심은 전망하고,또 기대하고 있다.이들은 그럴 경우 민자당의 정권 재창출에 대한 가장 막강한 도 전자에게 일대 타격을 줄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권은 金대표 2선후퇴 추진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강구중이다.
우선 金대표 정계일선 퇴진을 몰인정하게 추진하지 않고 모양새와 예우를 최대한 갖추면서 권유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계획이다.
金대표가 굴욕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물러나는,그래서 토사구팽(兎死狗烹:토끼를 잡고나니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金대표를 정계에서 완전히 은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2선에서 민자당을 마음껏 도울수 있는 역할을 주고,경우와 사정에 따라선 金대표의 일선복귀 가능성도 남겨두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계획이 뜻대로 잘 추진될 경우 충청권 민심을 진정시킬수 있고,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지사 후보만 잘 고르면 충청권에서도 무난히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여권 핵심은 보고 있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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