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동지애가 결혼의 요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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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혁명적 이념에 기초한 동지적 사랑'. 북한 민사법에서 규정한 결혼의 요건이다. 북한에선 일부다처제를 여성 인권 유린행위로 본다. '두 집 살림'은 형법에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같은 북한의 민사법 규정을 소개한 '북한의 민사법'을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북한 가족법에 따르면 이혼은 재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국처럼 재판을 거치지 않고 부부 협의에 의해 이혼할 수 없다. 경제활동이 제한된 북한에서 민사소송의 대부분은 이혼소송 같은 가사 사건이다. 또 '남편과 안해(아내)는 로동(노동) 능력을 잃은 배우자를 부양할 의무를 진다'는 부양 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북한 민법은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노동에 의한 사회주의 분배 ▶개인 부업에서 나온 생산물 외에 살림집(주택)과 가정용품.문화용품.생활용품.승용차 등을 소유할 수 있다. 사회주의 이론상으론 사유재산제 폐지가 원칙이지만 북한 헌법은 '개인적이며 소비적인 목적을 위한 소유'를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저축은 '저금기관(금융기관)'과 '저금계약'을 맺음으로써 이뤄진다. '저금기관은 저금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개인신용정보 보호 규정도 있다. 개인 사이에 돈을 빌릴 때는 '꾸기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개인 간에는 이자를 주고받을 수 없다. 단, 협동단체 신용부나 전당포에서는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북한에서는 선거권을 가진 주민은 누구나 판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로 김일성종합대 법학부 등에서 5년간 정규교육을 받고 재판소에서 직원.보조판사를 5년 이상 수행한 사람 중에서 선출된다. 중앙재판소장(우리 대법원장 해당)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중앙재판소 판사(대법관)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선거로 뽑는다.

북한 민사법을 정리한 대법원 양영희 판사는 "남북 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해결하려면 북한 민사법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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