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1천억 大役事 서해안시대 明堂 계룡신도시 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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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경부선에 이어 일제가 개통시킨 호남선은 원래 조치원에서 공주를 거쳐 논산으로 이어지게 설계됐다.
그러나 당시 공주 사람들의 반대와 금강철교의 신규 부설,대전기관차 사무소의 이전 등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대전에서 가수원.두계를 거쳐 연산으로 돌아가는 선을 택하게 됐다.
가수원에서 두계지역으로 이어지는 선로는 계룡산에서 나오는 두계천과 대둔산에서 나오는 갑천 상류(가수원천)가 만나는 곳으로서너개의 교량을 가설해야 했다.여기에다 두계역에서 연산으로 이어지는 선로는 이른바 양정고개를 넘어야 했다.
해방50년을 맞은 오늘 두계역에서 개태사역에 이르는 양정고개밑 호남선을 다시 살펴보면 마치 거대한 협곡을 지나는 것과 같다.요즘처럼 발달된 장비도 없던 시절에 이 협곡을 뚫어가면서까지 굳이 계룡산쪽으로 선로를 바꾼 일제의 의도는 어디에 있었을까.또 당시 개통을 며칠 앞두고 이 일대가 대홍수로 범람하게 된 것은 무슨 까닭일까.
계룡산-.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이성계(李成桂)가 조선을 건국하고 새로운 수도로 맨처음 점지한 곳이다.또 신도안이라는 지명이 말해주듯 실제로 이곳에 새 왕조의 수도를 건설하다가 중도에 포기했다.이후 조선조 말기부터 근래에 이르기 까지 계룡산은 「정씨왕조의 건국」이란 도참사상의 중심무대가 됐다.
일제하 조선왕조가 망하자 이를 신봉하던 사람들은 계룡산 천황봉의 돌이 백석이 되고 호남선 기차가 강경으로 달리는 것이 곧「초포에 배가 가는 것」과 같다고 하여 예언의 실현으로 믿기조차 했다.
이제 와 충남도가 서해안개발과 함께 이곳을 개발,「계룡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것은 한갓 지방정부의 꿈만은 아니라고 하겠다.
계룡산을 중심으로 한 대전권(大田圈)이 최근 들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것과 함께 시대 기운이 이에 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룡산의 풍수적 해석은 이미 알려진대로 산과 물이 태극형으로 만나는 곳이다.덕유산에서 4백리를 시계방향으로 달려온 산맥이 계룡산에 이르러 돌아온 곳을 되돌아보고 있고(回龍顧祖),이산맥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따라온 금강은 계룡산 뒤 쪽을 돌아 서해로 빠져나간다.그 모양이 음과 양이 만나는 태극형이다.태극은 만물을 생성하는 동양철학의 기본원리다.새왕조의 탄생이란 도참도 이와 관련돼 나온 것이다.그런 점에서 신도안은 대명당임이분명하다.
계룡산은 그 모습이 실로 웅장하다.「닭벼슬 모양을 한 거대한용」이란 뜻의 계룡(鷄龍)이 말해주듯 한반도에서 보기 드문 산이다.이에 비해 신도안 자체내의 물은 매우 열악하다.암.수용추에서 발원하는 두계천이 산의 위용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바로 이점 때문에 이성계와 당시 신진 사대부들이 수도 건설을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계룡신도시는 계룡대를 제외한 옛 두마면 일대에 조성되고 있다.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천호산에서 천마산을 거쳐 양정고개를 지나 향적산.계룡산으로 올라가는 산맥 좌우에 해당한다.풍수용어로과협처(過峽處)라고 한다.이런 곳은 전형적으로 마을이 생기게 되어 있다.또 산맥 정상을 기점으로 물은 양쪽으로 흘러간다.그하나가 두계천이고 다른 하나는 사계천(혹은 연산천)이다.
주거지역으로 개발된 엄사(奄寺)지구는 천마산에서 내려온 기가향적산으로 치고 올라가는 길목이다.그 입구에 호남선이 났고 이제 다시 주거지역이 들어섰다.엄사란 절골이란 말과 같다.고려시대 이후 사찰은 지맥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위병소(?)로지은 경우가 많다.아마 이곳 지명도 그와 연관이 없지 않다고 봐야 한다.집들은 송정리쪽으로 향을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더 이상 고층건물이 들어서서는 안된다.
왕대리의 준공업지대는 절묘한 위치에 들어섰다.두계천 하류에 위치,공해공장만 피하면 더 없이 좋은 자리다.
전원주거단지로 조성될 대실지구(농소리 일대)역시 하늘이 준 땅이다.천마산을 배경으로 물 빠져나가는 쪽에 여러 아름다운 봉우리들이 있어 전형적인 전원지역이다.행주형(배가 가는 모양)처럼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암말이 젖을 먹이는 형 상」(牝馬授乳形)이다.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살만한 곳이다.단독주택을 비롯해 5층 이하의 건물이 들어서야 한다.업무.상업지구인 금암지구역시 풍수적 법도에 맞는 지구 설정이다.다만 천마산 능선과 양정고개쪽 개발은 될수록 피해야 한다.
자칫하면 지맥을 다칠 우려가 크다.도로축선은 동북향으로 내는것이 단점을 커버할 수 있다.당연히 건물들도 동북향이어야 한다. 계룡출장소는 앞으로 추진될 개발지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연지형을 살린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분명 그래야 한다.이미 계룡산의 지맥이 상당부분 손상을 입고 있어 더 이상 파괴될 경우 「계룡시대」는 하나의 몽상으로 끝날 우려가 높다 .천호산.
천마산.양정고개의 지맥을 최소한 현재 상태로라도 보존하는 것이계룡신도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崔濚周〈문화1부장대우〉 ◇도움말:秀崗 柳鍾根(이수학회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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