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본의야망>上.초강대국의 꿈-국제영향력 확대 호시탐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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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전후(戰後)50년-.
일본은 이제 전후라는 말 자체를 잊고 싶어한다.패전(敗戰)과美蘇슈퍼파워에 의한 전후 지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환골탈태(換骨奪胎)하고 싶기 때문이다.일본은 이제 냉전체제 아래서 가져야했던 경제대국의 한계를 극복,정치력.군사력을 함께 갖춘 新일본이 되기위해 용틀임하고 있는 것이다.新일본 창조를 위한 일본의야망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註] 『지난해 7월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대북(對北)제재 논의가 한창 벌어질 때 누구보다 이의 실현을 간절히 원했던 인사가 바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 신진당(新進黨)간사장이었다.』서울특파원 출신 일본 언론인 M씨의 말이다.
그는『대북 제재가 실현될 경우 일본은 싫든 좋든 이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오자와의 노림수였다』고 설명했다.즉 오자와는 6.25가 패전 일본의 번영과 자위대라는 이름의 재무장을 하게 해준 것처럼 미국의 대북 제재를 자위대 해외파견과 분쟁개입을 가능케 하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는 M씨의 분석이다.
일본이 경제력에 걸맞게 유엔상임위에도 들어가고 국제공헌이라는이름으로 분쟁에도 개입하는등 영향력을 넓혀야한다는게 오자와를 비롯한 우파들의 야망이다.오자와가 그의 저서『일본개조계획』에서주장하는「보통국가」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것이 현행 일본 헌법이다.일본 헌법 제9조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무력사용, 육.해.공군의 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걸프전때 1백30억달러를 내고서도 파병을 못해 큰 소리 한번 못친 것은 바로 이 조항 때문이다.
자민당은 일본의 자주헌법 제정을 기본강령으로 삼고 있다.그러나 자민당내 리버럴파의 반대와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깊은 경계감 때문에 헌법개정이 이뤄지지 못했다.헌법개정이 여의치 않자 우파들은 현행헌법 테두리안에서도 국제 공헌은 가능하다는「해석개헌」이란 묘한 논리를 펴고 있다.
일본의 독자적인 해외파병이 아니라 유엔깃발 아래 유엔군 지휘를 받는 형태라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9조 1항의『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希求)…』라는 문구와 일치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해석개헌으로 일본은 이미 세계 제4위의 방위비와 각종첨단무기로 장비된 자위대라는 군사력을 갖게 됐다.걸프전때는 소해정을 파견하고 캄보디아와 르완다에 유엔평화유지활동(PKO)으로 자위대를 파견했다.골란고원에도 파견할 계획이 다.또 지난해11월에는 유사시 분쟁지역에서의 일본인 구출용으로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도록 자위대법도 고쳤다.
뿐만이 아니다.고속증식로의 실용화,핵폐기물 처리시설 완비,다량의 플루토늄 확보등 원자력 자급체제도 갖췄다.게다가 고성능의독자적인 무인우주선 H2로켓 개발등 운반수단기술도 확보했다.다만 개발을 하지 않을 뿐이다.
헌법개정에 부정적인 일본 국민들의 의식도 변하고 있다.이제 헌법개정에 절반이상이 긍정적이다.산케이(産經)신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51.5%가 헌법개정을 지지했다.유엔상임위 가입에는45.5%가,PKO참가에는 53.9%가 각각 찬 성했다.요미우리(讀賣)신문은 지난해 11월3일 자체적으로 헌법개정 시안(試案)을 만들어 보도함으로써 개헌논의 확산을 적극 유도하기도 했다. 일본은 이같은 대내정비와 함께 대외적으로는 정부개발원조(ODA)등을 무기로 정치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일본의 ODA 규모는 연간 1백억달러 이상으로 이제 미국을 능가하는 수준이다.이를 통해 동남아는 일본의 안마당이 되고 있다.모하 메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총리는 최근의 저서『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아시아』에서『일본의 자본과 기술이 아시아의 번영을 가져오고있다』고 까지 밝혔을 정도다.
한편 일본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일본 문화 확산에도 여간 열성이 아니다.네군데밖에 없는 한국에 비해 일본이 해외에 29군데의 일본문화원을 두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일본의 문화재단인「저팬 파운데이션」도 연간 2백10억엔의 예 산으로 일본문화 선전에 나서고 있다.
일본을 가장 거부하는 한국 가정의 옥상에는 일본위성 수신용 안테나가 즐비하고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前총리가「일본의 문화」라고 명언한 가라오케는 이미 한국에서 생활화되어 있다.
지난 56년 평론가 나카노 요시오(中野好夫)가『이미 전후는 끝났다』고 문예춘추(文藝春秋)에서 밝혀『일본이 전후 부흥기에서벗어나 새로운 성장단계에 들어섰음』을 선언한 것처럼 일본은 패전 50년을 계기로『이제 과거사는 청산됐다』고 말하려 하고 있다.美蘇축에 의한 냉전시대의 안보종속에서 벗어나「슈퍼파워 신일본」의 시대를 열려하고 있는 것이다.
[東京=李錫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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