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땐 '노무현 학습 효과' 당선 … 이제는 '노무현 정책 효과' 이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명박 당선자가 됐으니 집값이 오를 거라고? 그야말로 시장의 잘못된 기대에 불과하다."

2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2분과 간사인 최경환 의원이 한 발언이다. 대선 이후 정권 교체와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일부 지역의 부동산값이 들썩이는 데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최 의원은 부동산시장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이 당선자의 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재개발이 곧 고수익 또는 돈 놓고 돈 먹기'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을 보완 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재개발과 재건축만 완화하는 식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 주택 보유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등을 조금 손볼 수는 있지만 가격 안정을 해치는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도 나섰다. 주 대변인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책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1~2년이 소요된다"며 "비록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비판했지만 이 정부의 정책 효과를 보고 판단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당분간 유지하면서 정책 방향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주 대변인은 "1가구 1주택이나 장기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완화할 계획이지만 필요하다면 이 시기도 실제 약속했던 시기보다 더 늦춘다든지, 아니면 다른 정책수단을 쓴다든지 할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 측이 이런 입장을 거듭 밝히는 이유는 심상치 않은 시장 움직임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부이긴 하지만 대선 이후 강남북의 재건축 기대 지역에서 팔려는 매물이 회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이 당선자 측은 당초 "집권하면 대수술하겠다"고 공언하던 부동산정책의 방향을 선회해 "일단 효과를 지켜보며 수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자세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 당선자 측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대하는 자세는 '반(反)노무현'에서 '용(用)노무현'으로 바뀌고 있다. 대선 기간 내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난해 부동산세 중과에 대한 중산층의 반발 심리를 최대한 활용했지만 당선 이후엔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이용하면서 정책 조율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