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큰일꾼>엠배서더 노보텔한식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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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엠배서더 노보텔호텔 한식부의 조희숙(趙希淑.36)과장은 전문요리사로는 드물게 컴퓨터를 업무에 활용하는 컴퓨터 만학도(晩學徒)다. 엠배서더호텔 지하 1층 한정식당 「다사랑」의 주방책임자인 그는 1년전만 해도 자신이 컴퓨터와 가까워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못한 컴맹이었다.컴퓨터와는 무관한 주방장으로서 11년동안 직장생활을 해온 그가 컴퓨터를 가까이 하게 된 것은 나름대로 숨은 사연이 있다.
趙과장은 요리에 입문한 젊은 시절부터 요리에 관한 자료를 모아 보관해 왔다.몇차례 이사하는 가운데에도 고집스럽게 이들 자료를 보존해온 것은 자신의 요리지식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했으면하는 바램에서였다.
이 바램은 지난해 9월 친구의 제의로 「오늘 반찬」이라는 전화정보서비스(일명 700서비스)사업을 함께 운영하면서 구체화되는듯 했다.
「텔레월드」상호로 매일 다섯가지 반찬의 재료와 요리법을 소개하는 이 사업은 70여일만인 지난해 12월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실패의 원인은 趙과장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짬을 내 수작업으로 요리법을 소개하는 것이 당초 예상보다 벅찬 일이었기때문이다.요리에 관한 자료는 풍부하지만 제대로 정리가 안돼 있어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요리를 자료더미 속에서 찾아내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예상치도 못한 실패를 경험한 趙과장은 우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분류하는 일에 착수했다.직장생활동안 틈틈이 모아온 요리.식품에 관한 스크랩,그동안 시행해본 메뉴의 조리법과 고객직업.나이.성별에 따른 반응,경쟁업체의 메뉴등을 정리했다.
자료의 분류.정리를 마친 趙씨는 컴퓨터를 이용하면 필요한 자료를 즉시 검색할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지난 9월초 CD롬 드라이브가 장착된 파워매킨토시 PC와 TV수신카드.동화상압축표준(MPEG)보드.스피커.3백50MB(1Mega Byte=1백만바이트)용량의 외장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등을 4백50만원을 들여 구입했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매뉴얼을 들여다보면서 자료 입력에 나선 그는 최근 컴퓨터의 위력을 실감했다.
매년 4~5차례씩 계절음식 메뉴를 짜야하는 그는 지난달에 입력한 자료를 활용,그동안 1주일씩 걸리던 작업을 PC를 이용해단 이틀만에 메뉴를 정할 수 있었다.
趙과장은 『전에는 메뉴 변경을 할 때 1주일씩 심사숙고하고도도박하는 심정으로 메뉴를 정했다』며 『PC가 큰 짐을 덜어주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친 김에 요리 사진을 PC에 입력하는데 필요한 스캐너도 구입하고 컴퓨터그래픽을 배워 새로운 요리의 개발과 음식의 배치등을 연구,컴퓨터요리연구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高昌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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