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범칙금 무조건 올리면 문제 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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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실에 안맞는 제도나 규정은 그대로 둔채 범칙금이나 과태료 같은 경제적 부담을 높여 질서를 강요하려는 정부의 안이한 시책에 비판여론이 높다.최근 경찰이 입법예고한 교통범칙금 최고 26배 인상안과 차량 10부제위반 10만원 과태료, 쓰레기종량제규정위반 10만~1백만원 과태료 처분등이 그 대표적 경우로 범칙금 발부의 근거가 되는 조항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실적으로 준수가 불가능하고 경찰관의 자의가 개입될 소지가 많아 범칙금인상에 앞서 규정이나 시설을 현실에 맞 게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관계기사 3面〉 ◇불합리한 조항=「안전거리 미확보」의 경우5천(일반도로)~3만(고속도로)원이던 기존 범칙금을 5만.8만원으로 10배나 올렸지만 이는 현행 도심교통상황에서 「적용불가능」이란 지적이다.
도로교통법은 차간 안전거리를 고속도로는 1백m,일반도로는 「급제동시 앞차.장애물과 충돌을 피할수 있는 거리」로 규정하고 있어 도심에서 50~60㎞로 달릴 경우 10m 이상을 안전거리로 확보해야 하지만 도심 출퇴근길에서 10m이상을 떼어 놓고 달리는 차는 전무하다시피해 규정대로라면 모든 차량에 범칙금이 부과돼야 한다.
벌금이 2.5배 올라 8만원이 된 주정차 위반의 경우 택시 운전사들은 이 법이 규정대로 시행되면 영업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S교통 택시운전사 金모(38.서울노원구월계동)씨는 『몇개 되지도 않는 정해진 택시정류장에서만 차를 세우고 위반하면 8만원을 물어야 한다면 운전을 그만둘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버스전용차선제도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 차선 자체가 목적은 아니며 긴급한 경우거나 교통소통을 위해서는 위반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는데 범칙금만 덜렁 올린것은 무리라는지적이다.차량의 종류에 따라 정해진 차선으로만 운전하라는 지정차선통행은 벌금이 3배이상 오른 5만~6만원이 됐지만 도로의 흐름과 유통을 중요시하는 외국 추세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교차로 통행시 15m전방에서 깜박이를 켜고 대기토록 규정되어있고 이를 어길 경우 1만5천원하던 범칙금이 8만원으로 오르게되어있으나 이 또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의 경우 교통관련 규제법규가 적고 법규의 자구에 매달리는게 아니라 처해진 상황에서 누가 더 사고를 유발했느냐를 더 중요시하는 반면 우리는 무조건 규정만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안전띠 미착용 범칙금 3만원(고속도로 5만원),무 단횡단 5만원(6대도시)등 시민들의 양식에 호소할 내용도 범칙금을 앞세우는등 처벌 제일주의로 가는 경찰의 도로교통법 개정에 대해 비난이일고있다.
〈金鍾潤.表載容기자〉 ◇부작용=타율적 강제조항과 처벌위주 행정으로 단속에 대한 저항.뇌물제공등 부작용도 크게 우려되고 있다. 현재도 경찰의 단속을 수긍하지 않고 반발하는 운전자가 전체 적발자의 절반정도나 되기 때문에 범칙금마저 엄청나게 인상되면 단속에 불응하고 달아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고액의 범칙금을 회피하려고 단속경찰관에게 뇌물을 주는 구태 재연이 우려되기도 한다.
서울종로경찰서 교통계 朴모경장은 『단속의 적합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운전자도 크게 늘것』이라며 『운전자가 법원에 이의를 신청하면 경찰이 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교통경찰이 오히려 단속에 소극적이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통개발연구원 孫의형박사는 『단속 장비와 인력이 절대 부족한실정에서 범칙금만 인상하는 것은 자칫 단속을 회피하기 위한 위반자들의 편법이나 저항만 조장할 것』이라며 『정부가 단속에 앞서 신호체계 정비,주.정차공간 확보등 일반시민들 이 스스로 교통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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