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비서실은 '신권력 디자이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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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6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당선자 왼쪽) 등 인수위원들과 현판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며 환담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명박 시대의 '파워 그룹'인 대통령직 인수위보다 더 센 그룹이 있다. 인수위의 인선안을 짜고 인수위 조직을 설계한 세 사람이다. 이들은 이명박 당선자의 심중을 인사로 표현해 냈다.

임태희 '당선자 비서실장'과 이 당선자의 핵심 실세인 정두언 '당선자 보좌역', 박영준 '당선자 비서실 총괄팀장'이 그 세 사람이다. 한나라당에선 이들을 '신권력 디자이너 3인방'으로 부르기도 한다. 인수위 조직도로만 보면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아닌 이명박 당선자에게만 보고하는 '당선자 비서실' 조직에 속해 있다.

당선자 비서실은 '작은 청와대'로 불린다. 이쪽에 신권력의 무게중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정두언 의원은 이 당선자의 '제1호 측근'이다. 축구에서 포지션 없이 경기장 전체를 뛰어다니는 '리베로'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한다. 정 의원은 한 달 전부터 이 당선자의 특명을 받아 인수위를 구성할 후보들을 물색하러 다녔다. 이 당선자를 독대해 인선 내용을 조율했다. 정 의원은 이 당선자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이 당선자에게 가장 '구박'을 많이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정 의원은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앞둔 2001년 겨울 첫 인연을 맺은 뒤 6년간 그를 도왔다.

박영준 비서실 총괄팀장은 이 당선자의 신임이 두텁고 정치 조직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그룹의 맏형 격이다. 이명박 후보 시절 네트워크팀장으로서 463만 명의 지방 지지 조직을 엮어 냈다. 이 당선자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보좌관을 11년간 한 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환으로 서울시장 국장으로 근무했다.

박 총괄팀장은 대선 승리 다음날인 20일 새벽 이 당선자의 호출을 받고 가회동 자택을 찾았다. "당선자 비서실을 총괄하라. 인수위 인선 작업을 마무리 하라"는 특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대선 후보 비서실장에서 당선자 비서실장으로 격상된 임태희 의원은 '소리 없이 강한' 조정력을 인정받아 롱런하고 있다. 경선 때 중립 지대를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모나지 않은 처신과 신중한 언행으로 이명박 사단의 실력자로 우뚝 섰다.

'이명박 당선자 비서실' 진용은 '임태희 비서실장+정두언 보좌역+박영준 총괄팀장' 체제가 중심이다. 비서실장 밑에 정무기획팀장을 두 명이나 둬 정무 기능을 크게 강화했다. 정무기획 1팀장엔 신재민 전 비서실 메시지팀장, 정무기획 2팀장엔 권택기 전 비서실 스케줄팀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공보팀장은 KBS 보도국장 출신인 김인규 전 선대위 방송전략실장이 맡게 될 전망이다. 선대위에서 '한반도 대운하' 정책 홍보를 맡았던 추부길 안양대 겸임교수가 정책기획팀장으로 기용되는 것도 눈에 띈다.

◆취임준비위원장 고사한 유우익=이 당선자의 싱크탱크인 국가전략연구원(GSI) 원장인 서울대 유우익(지리학과) 교수는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 자리를 제안 받았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교수는 "당선되면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당선자에게 말해 왔다"고 말했다. 세계지리학엽합회(IGU)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그는 27일 파리로 떠난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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