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민국가의 反이민법 충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美國)의회에서 다수당이 될 공화당이 마련한 합법이민자에대한 복지혜택 축소법안 내용을 보고 미국이란 나라가 어쩌다 이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하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지난 11월 캘리포니아州에서 불법이민자및 그 자녀들에 대해 의료.교육혜택을폐지하고 학교.직장에서 불법이민자들을 고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소위 SOS법안이 주민투표에서 통과됐을 때도 그 법안의 反인도성 때문에 미국 국내는 물론 전세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번엔 한술 더떠 합법이민에 대해서까지 주택.의료.교육 등 60개 부문에서 복지혜택을 제한한다고 한다.
합법이민은 말 그대로 미국정부가 합법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여 영주권(永住權)을 부여한 사람들이다.그들은 납세등 국가가 부과하는 각종 의무를 수행하는 사실상 미국 국민이다.다만 시민권이없어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뿐이다.그들이 미국 에서 살게 된것은 미국사회가 그들의 존재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따라서 그들은 미국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복지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는것이다. 문제의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전체로 2백50만가구 5백만이상 어린이들이 피해를 보고,우리 교민들은 전체의 3분의2인 약 97만명이 피해를 보게 된다.엄청난 사태가 아닐 수 없다.정부는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교민들 의 시민권 신청독려 등 대책마련에 노력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도 도피성유학.불법이민 등에 대한 사전예방 조치를 병행 실시해야 한다. 미국은 사회복지에 관한한 서방선진국들 가운데서도 「후진국」이라는 불명예가 붙어 있는 나라다.미국은 분명히 세계 제일의 패권국가(覇權國家)지만 빈부격차.인종간 불평등 면에선 선진국이랄 수 없다는 것이다.미국의 역사를 보면 경제가 어 려워지면 이민들을 공격대상으로 삼는 나쁜 전통이 있다.미국인들은 미국이이민들에 의해 이뤄진 나라며 이민의 유산이야말로 미국의 국력과활기의 원천이란 사실을 잊어가고 있다.미국인들은 지금 세계가 자신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깨달아 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