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母國에 유학와서 단행본 출간 연변처녀 金英玉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도톰한 양볼에 수줍음이 가득한 중국 연변처녀 김영옥(金英玉.
24)씨.지난 4월 할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으로 유학 온 그는 외모와 달리 당당하다 못해 도전적인 이야기 꾸러미를 우리에게 풀어놨다.『미친녀』(사람과 사람社 刊)란 단편소설 집이 그것.
갓 발굴된 유물처럼 그가 소설 속에서 구사한 언어들은 닦으면 닦을수록 고색의 윤이 완연하다.
『제가 자랐던 헤이룽장(黑龍江)성 학강시 신화향의 조선족 마을 온돌방에서는 이맘때면 농사가 끝난후 살을 에는듯한 만주의 삭풍을 피할겸 동네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 정담을 나누게 됩네다.꿋꿋한 동족의 삶 속에서 소중히 간직돼온 우리말 의 편린들이제 소설의 풍성한 재료가 됐습네다.』 정감어린 온돌방의 대화를낡은 신문지와 수첩에 일일이 기록해 모아온 金씨는 이번이 두번째 소설 출간.이미 14세때 『야심』(野心)이란 동화집을 출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15세때는 조선족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정부에 의해 「중국소년 별」로 선정됐고 연변대학졸업후에는 연변일보 문화부기자로 활약하다가 그의 재능을 아끼는 많은 동족들의후원으로 한국에 오게 됐다.
여성인재를 키울 목적으로 조직된 「연변 조선족 여성발전 촉진회」(회장 朴敏子)의 추천으로 한국 정신문화연구원 부설 한국학대학원 석사과정(어문고전)에 지난 9월 입학한 것.
『중국의 개혁에 따라 수없이 찾아오는 한국인들에 의해 많이 부서지고 망가져도 연변의 조선족들은 인간이 가져야할 모습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습네다.제가 할 일은 토착적 정서에 밑바탕을 둔 문학을 통해 찌그러들어가는 우리 삶을 치유하는 것입네다.』요즘 학교공부 외에도 틈틈이 박경리씨의 『토지』를 구해 읽고 있다는 金씨는 『공부 끝난 뒤 꼭 돌아와야 한다』는 고향분들의말을 잊지 않고 있다며 한국 사회현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康弘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