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 불며 먹는 따뜻한 초콜릿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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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28면

가족, 연인과 함께 둥그렇게 둘러앉아 먹기 좋은 메뉴는 계절 과일과 빵에 달콤한 초콜릿을 입혀 먹는 별미 ‘초콜릿 퐁듀’다.

스위스의 대표적 음식인 치즈 퐁듀는 한국인 입맛에는 자칫 느끼하기 쉽고 또 접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초콜릿 퐁듀는 과일이나 마시멜로처럼 디저트로 잘 어울려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메뉴다. 파티장에 마련된 ‘초콜릿 폭포’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프랑스어 ‘녹은(fonder)’에서 유래한 퐁듀(fondue)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테이블 중앙에 놓인 냄비 안에서 요리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스위스의 추운 산악지대에서 생겨났고, 지금도 스키시즌에 특히 즐겨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이태원의 스위스 음식 레스토랑에나 가야 먹을 수 있었던 퐁듀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화이트 와인과 어울리는 ‘치즈 퐁듀’
퐁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장 클래식한 치즈 퐁듀, 뜨거운 기름에 익혀 먹는 오일 퐁듀(Bourguignonne fondue), 육수에 익혀 먹는 육수 퐁듀(stock fondue).
조리도구는 전통적으로 카크롱(Caquelon)이라고 불리는 점토로 만들어진 냄비를 이용한다. 카크롱은 유약을 발라 구운 것으로 열을 은근하게 받기 때문에 치즈를 서서히 녹이는 데 좋다.

하지만 꼭 카크롱이 아니어도 높은 온도의 열을 견딜 수 있는 내열식기라면 사용할 수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무쇠로 된 냄비도 열을 골고루 전도시키고 과열을 방지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퐁듀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단, 오일 퐁듀를 만들 때는 도자기류를 피하는 것이 좋다. 다른 종류의 퐁듀에 비해 오일 퐁듀는 비교적 높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전통적인 치즈 퐁듀는 그뤼에(Gruyere)와 에멘탈(Emmental) 치즈로 만든다. 여기에 전분 또는 밀가루 등을 섞고, 드라이한 맛의 화이트 와인과 체리브랜디인 키르슈(Kirsch)를 넣는다. 요즘에는 점차 자신이 좋아하는 치즈로 다양한 퐁듀를 만드는 추세이므로 치즈의 종류에 특별히 얽매일 필요는 없다. 치즈와 찍어 먹을 재료들이 각각 150g 정도씩이면 1인분으로 적당하다. 바게트 빵 외에 찐 고구마, 감자, 브로콜리 등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조리 방법도 간단하다. 그뤼에 치즈와 에멘탈 치즈를 체로 곱게 갈아 다른 재료들과 함께 냄비에 넣고, 약한 불로 서서히 치즈를 녹이는 동시에 재료들을 익히면 치즈 퐁듀가 완성된다. 제대로 된 퐁듀를 먹기 위해서는 이것을 계속 따뜻하게 유지시키되, 너무 되거나 질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즈가 굳어서 너무 된 느낌이 들면 따뜻하게 데운 화이트 와인을 조금 넣고 저어준다. 반대로 너무 연해서 물처럼 줄줄 흘러내린다면 치즈를 더 넣고 와인, 전분가루와 함께 잘 섞어준다.
퐁듀가 분리됐을 때는 열심히 저어주는 것이 일차 방법이다. 그래도 회복이 안 될 때는 몇 방울의 레몬즙, 또는 전분가루 1작은술에 와인 2작은술을 섞은 것을 넣고 저으면 다시 맛있는 퐁듀를 먹을 수 있다.
 
아시안 입맛에도 맞는 ‘육수 퐁듀’
오일 퐁듀는 엄밀히 따지자면 ‘녹은’의 의미에서 비롯된 퐁듀의 개념에 포함되진 않지만, 1950년대 스위스에서 개발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소고기 외에도 양고기, 돼지고기, 사슴고기, 가금류 등 사용되는 고기 종류의 범위도 넓다.

기본적으로는 튀김에 적당한 오일(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 콩기름, 땅콩오일 등)과 금속 재질의 냄비를 주로 이용한다. 다른 종류의 퐁듀에 비해 180~200도로 고열을 유지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꼬챙이 재질을 선택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날고기를 꼬챙이에 끼운 뒤 익혀 먹는 것이므로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금속 재질의 꼬챙이를 이용할 경우, 뜨겁게 달궈진 금속 때문에 입 주변에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나무 재질을 이용하는 것이 좋고, 어쩔 수 없이 금속 재질을 이용할 경우 포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소금, 후추 등의 간은 오일에 익혀 낸 뒤 하는데, 이는 냄비에 담긴 오일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육수 퐁듀는 기름 대신 육수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아시아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퐁듀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서구인들이 더 좋아하는 추세다. 새로운 맛에 대한 경험과 건강에 좋다는 생각이 원인인 듯하다. 육수 퐁듀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재료들을 익히기 전에 밑간을 너무 세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육수 냄비는 식사 내내 아주 약한 불에서 계속 끓여 주어야 한다. 이때 수분 증발이 심해지면 육수가 너무 짜게 될 우려가 있다. 재료를 뜨거운 국물에 익혀서 육수와 함께 후후 불면서 먹을 수 있는 육수 퐁듀가 요즘 같은 추운 겨울철에는 제격일 듯싶다.

첫눈은 내려버렸지만,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나 연말에 따끈한 퐁듀를 가운데 놓고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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