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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세 관록의 지휘봉, 새해 아침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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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TV로 시청하는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오스트리아 최고의 문화상품’….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매년 새해 벽두에 전 세계 50여개국 12억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내년 1월 1일 68회째를 맞는 빈필 신년음악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프랑스 출신 음악인이 지휘봉을 잡는다. 프랑스 북부 와지에 태생으로 파리음악원을 졸업한 조르주 프레트르(83·사진)다. 그는 빈필 신년음악회를 이끈 역대 지휘자 중 최고령이다.

프레트르가 요한 슈트라우스와 왈츠의 도시인 오스트리아 빈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2년부터다. 당시 빈 슈타츠오퍼의 음악감독으로 있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초청으로 R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카프리치오’를 지휘했다. 이듬해 빈 필하모닉 정기 연주회에서 지휘봉을 처음 잡았다. 86년부터 91년까지는 빈 심포니 음악감독을 지냈다. 이 같은 공로로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주는 문예훈장을 받았다.

프레트르가 빈필 신년음악회 지휘를 맡으면서 레퍼토리에 프랑스 풍의 음악이 대거 포함됐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파리 왈츠’ ‘베르사이유 갈롭’,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나폴레옹 행진곡’ ‘파리의 아가씨 폴카’ ‘오르페우스 콰드리유’등 프랑스를 주제로 한 곡들이다. ‘나폴레옹 행진곡’은 빈필 신년음악회에서 처음 연주된다.

앙코르곡으로는 전통처럼 선곡되던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강 왈츠’ ‘라데츠키 행진곡’외에 ‘스포츠 폴카’가 추가됐다. 2008년 빈에서 열리는 유럽 축구 선수권대회,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다. 신년음악회 실황 음반은 다음달 4일 데카 레이블로 출시된다.

빈필은 상임 지휘자를 두지 않는 독특한 전통 때문에 해마다 프로그램 못지 않게 누가 지휘봉을 잡느냐가 세계 음악인들의 관심거리다. 1941년 클레멘스 크라우스의 지휘로 시작돼 빌리 보스코프스키(1955~79년), 로린 마젤(1980~86년, 94년, 96년, 2005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87년), 클라우디오 아바도(88년, 91년), 카를로스 클라이버(89, 92년), 주빈 메타(90년, 95년, 98년), 리카르도 무티(93년, 97년, 2000년, 2004년), 오자와 세이지(2002년),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2000년, 2003년)가 맡아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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