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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상의 맛있는 나들이] 밥, 우아하게 먹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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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밥에 국과 반찬을 곁들여 파는 한상의 음식. '백반(白飯)'에 대한 사전적 풀이다. 서민들이 일상적으로 집에서 차려먹는 상인 것이다.

그래서 백반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소박한 밥상'이다. 시래기국에 반찬이 몇 가지뿐이라도 '백반'이란 단어가 주는 포근함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반대로 부정적인 이미지도 깔려 있다. 값이 싸서 넉넉하게 배를 채울 수는 있어도 깔끔하고 정갈한 맛과 분위기를 즐긴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웬만큼 격의 없는 사이가 아니라면 백반집에 가자는 말을 쉽게 건네기 어렵다.

서울 이화여대 정문 건너편의, 가정식 백반을 표방한 '밥(BaB.02-393-3964)'은 기존의 백반집 이미지에서 살짝 벗어난 묘한 곳으로 누구와 함께 가든 어울리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파스텔톤의 아이보리와 핑크로 이뤄진 식탁과 실내장식부터 색다르게 다가온다. 어수선하거나 소란스럽지 않다. 오히려 따뜻하고 아늑하다. 요즘 아이들 말로 '뽀샤시'한 분위기다. 식사 메뉴는 가정식 백반과 비빔밥 두 가지. 여기에 녹두전과 전통차가 차림표에 가세했다.

가정식 백반은 매일매일 새로운 아홉가지 반찬에 찌개가 기본이란다. 찌개는 순두부찌개나 된장찌개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반찬으론 해파리냉채.호박나물.멸치볶음.오징어젓갈.깍두기.김치 등이 나오는데 작은 찬그릇에 앙증맞게 담겨 나온다.

심하게 표현하면 머슴형 남성이라면 한 젓가락으로도 부족할 만한 양이다. 그러나 걱정할 건 없다. 부족하면 언제든지 더 채워준다고 한다.

다음으로 김치전.부추전.해물전 세 가지가 한 접시에 인원수만큼 담겨 오른다. 이것도 한 장씩 입에 넣는다는 표현이 민망할 정도로 정도로 작게 부쳤다. 그렇다고 마구 먹다간 낭패다. 삼색전은 더 주지 않으므로 아껴 먹어야 한다.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빨갛게 끓는 순두부찌개든,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돋우는 된장찌개든 우리네 어머니 손맛이 담겼다. 밥은 노란 알맹이가 씹히는 기장밥인데 손님을 봐서 양을 달리한다. 남성에겐 고봉밥을 주지만 여성의 밥은 약간 적게 담는다. 남는 음식을 최소화하려고 애쓴 점이 돋보인다.

비빔밥에는 다양한 나물과 청포목.다시마 부각이 들어가 있다. 녹두전은 노릇노릇하게 구워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전반적으로 여대 앞의 음식점답게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도 좋다. 손수 만든 전통차(오미자.대추.유자)를 판매하다 보니 후식 음료를 내지 않는 것이 아쉽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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