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상영작] '목포는 항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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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항구다 ★★☆ (만점 ★ 5개)

'목포는 항구다'는 제목만큼 뻔하다. 그러나 뻔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웬만한 흥행작들이 훑고 지나간 조폭 코미디를 또 만들려니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내세운 전략이 연극판에서 잔뼈 굵은 배우들의 조연 배치다. 그리고 그들에게 상당량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주먹을 연신 쉭쉭 날리며 "이건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야"를 외치는 가오리(박철민), 두목을 배신하며 애증의 눈물을 흘리는 2인자 두호(손병호), 그외 수많은 조직원.

주연들의 노력도 눈물겹다. 조재현은 드라마 조연 때 연기하던 희극적인 캐릭터를 다시 보여준다. 주연 배우로 올라선 마당에 여기서 맞고 저기서 쥐어 터지는 역할을 또다시 맡기란 쉽지 않았을 터. 전라도 사투리에 도전한 차인표도 그렇다. 그는 영화로는'흥행무관'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드라마 왕국에서는 여전히 톱스타다. 그런 그가 "뭣들 허냐~"며 구수한 사투리를 읊는가 하면 여성용 팬티 한 장만 걸친 나신도 선보인다. 여기에'목포는…'가 첫 작품이라는 감독은 영화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성난 황소'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권투신, 상상 장면에서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전지현으로 분한 차인표와 송선미 등이 그것이다. 또 출연자들과 감독은 지방 촬영 기간 내내 합숙하며 영화 스토리 못지않은 진한 우정과 의리를 보였다 해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 억지스러운 설정에, 예전의 조폭 코미디들이 이미 써먹은 에피소드의 반복은 영화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참신한 것' 투성이인 요즘 세상에 이 영화는 "또야?"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첫 단추를 잘못 꿰놓고 옷 매무새만 열심히 고치면 무엇하랴.

영화는 민원실 친절 봉사왕으로 뽑히지만 범인 검거에는 젬병인 강력계 형사 이수철(조재현)이 마약 밀거래 혐의가 있는 목포의 조직폭력배 백성기(차인표) 조직에 잠입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두목 백성기는 멜로 영화를 보며 눈물 짓고, 의리에 목을 매는 낭만파다. 이런 성기와 수철 사이에 우정이 꽃 핀다. 부하들에게 배신당한 성기 편에 서 주는 수철. "깡패 다 됐구먼"하는 검사의 질책에 신분증까지 내던질 정도다. 그런데 영화 속 인물들은 범인 못 잡는 형사, 사람 안 때리는 조폭처럼 뭔가 자신의 본업과는 엇박자를 이룬다. 그런 설정에서 연민이라도 느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영화는 성실한 배우들이 열심히 만들었다는 것에 오히려 연민이 생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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