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장애 남편을 한국화가로 제천 金金子.張英峰씨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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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뜻밖의 사고로 휠체어 장애인이 된 남편의 아픔을 보듬어 안고어루만지며 살아온 가시밭길 인생 23년.
그동안 실의(失意)에 빠져 목숨을 끊으려 했던 장애인 남편은삶의 의욕을 되찾아 국전(國展)까지 넘보는 동양화가가 됐으며 다른 장애인들의 생활까지 챙기는 도량(度量)도 지니게 됐다.
시련을 이겨낸 주인공은 휠체어 장애인 장영봉(張英峰.50.충북제천시영천2동 싸릿골식당)씨와 부인 김금자(金金子.46)씨 부부. 金씨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회장 張基哲)가 보사부.내무부.中央日報 후원으로 지체장애인부부를 초청,위안하는 첫 행사인「전국 중증장애인 배우자 초청대회」(13~14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전체 大賞인「장한 아내상」(보사부장관상)과 상금 3백만원을 받는다.
두사람은 71년 張씨가 제대후 충주공전을 졸업하고 포항제철에취직하면서 결혼했다.
이들 부부는 결혼 5년뒤「마이홈」의 꿈을 이뤄 아이 가질 생각에 이르지만 79년 가을 남편이 공장에서 뻘겋게 달궈진 쇳덩어리에 척추를 다쳐 시련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당시 병원에서 일년여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했어요.「어차피 떠날 건데 빨리 가라」는 남편의 투정이 더참기 힘들었어요.회복되기만 하면 병원문앞에서 갈라서리라는 다짐도 수없이 했지요.』 金씨는 남편의 둘째 형님이 사는 제천으로내려와 작은 식당을 차렸으나 하반신 마비가 된 張씨는 술과 자포자기에 빠졌으며 아내에게 정신적 학대를 가하기 일쑤였다.
金씨의 마음이 흔들렸다.도망가버릴 생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80년봄 어느날 남편이 실종됐다.가까스로 찾아낸 남편은 의림지 둑의 나무에 걸려 정신을 잃고 있었고 휠체어는 물속에 반쯤빠져 있었다.
金씨는 이때「하늘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남편을 떠나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남편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 넣기 위해 학창시절 소질이 있었다는 미술공부를 권했으나 막무가내 듣지 않았다.
金씨는 동양화가 최선규(崔善圭)씨를 찾아가 남편을 설득해달라고 매달렸다.崔씨는 거의 매일 찾아와 미술입문을 권했으나 듣지않다가 일년뒤 남편이 崔씨의 삼백고초려(三百顧草廬)에 감동,그의 제자가 되었다.
그동안 남편은 충북미술대전에서 입선.특선하고 제천의림문화제 시민상과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 대상(국회의장상)을 받는등 화가로발돋움했다.
88년부터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지부장을 맡아 장애인 39명이트랜스를 조립하는 자립작업장과 유료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장애인 배우자 초청대회」에서는 포장마차를 하면서 고압전류로 장애인이 된 남편을 돌보고 세딸을 과학의 날 수상자등으로훌륭히 키운 고영자(42.제주도 남제주군)씨등 2명이「아름다운아내상」을 받는다.
[堤川=金泳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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