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의 내각개편 구상-능력.전문성중시 잣대 다양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요즘 말이 없어졌다.아침 조깅때도 옆사람에게 별 말을 걸지 않고 잘 웃지도 않는다.나이답지 않게 윤기흐르던 얼굴도 다소 꺼칠해졌다.측근들은 『金대통령이 이번주말부터 시작될 인사개편 때문에 무척 고심하는 것 같다』고 전한다. 그런 金대통령이 10일 개각의 원칙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인선방향은 세계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해나갈 수 있는 진용구축이라고 못박았다.인선 기준은 ▲청렴성▲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애국심▲전문성.추진력등 능력▲세계화의 적합성등 네가지를 들었다.
金대통령은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했다.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과거 金대통령이 중점을 두었던 청렴성 내지 도덕성이란 인선(人選)잣대가 보다 다양해지고 보편화됐다고 할 수 있다.능력.전문성등이 金대통령의 인선구상에서 보다 중시되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金대통령이『과거 어떤 일을 했느니 하며 따질 필요없다』거나『인사기준에 부합되는 사람이라면 구별없이 적재적소에 써야한다』고 밝히고 있는 대목은 눈여겨볼만하다.
물론 金대통령으로선 『과거 정권에 봉사한 인물은 곤란하다』는식의 얘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그냥 일반적인 얘기인 만큼 너무 비중을 두지 말라는 것이 金대통령 측근들의 설명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金대통령이 일부러 이런 언급을 할 때는 나름대로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이미 金대통령은 당정개편의 구상을 어느 정도 마무리짓고 발탁대상에 대한 검증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런 원 칙과 방향에서 대체적인 인선을 했다는 얘기다.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것이 최병렬(崔秉烈)서울시장 임명후의 金대통령 반응이다.성수대교 붕괴사고후 새로 임명한 우명규(禹命奎)시장을 1주일만에 바꾸면서 金대통령은 崔시장에 대한 여론의 움직임을 눈여겨 살펴보다 뜻밖의 호평에 놀랐다고 한다. 6共의 핵심인물을 기용한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다는 것이다.그후 崔시장의 열성적인 활동에 대해서도만족했다는 후문이다.
또『집권 1년10개월동안 민주계외에는 조금도 주도세력을 확장하지 못했다』거나『이번이 金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기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부담이 된 것 같다.
金대통령은 이런 지적과 주장들을 과거 정권세력과의 화합.화해차원을 뛰어넘어 세계화의 큰 그릇속에 용해시켜 나가려는 것 같다고 익명을 부탁한 여권(與圈)의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5,6共에 몸담았다 하더라도 재산형성과정에 큰하자가 없고 두드러진 지탄대상이 아니라면 능력과 세계화 추진에부합된다고 판단될 경우 상당수 기용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이와함께 의외 인물들의 등장도 예견되고 있다.연구소 활동등을통해 행정경험이 어느정도 입증되고 나름대로 현정부의 세계화에 동참한 인물이 일부 발탁될 것이라는 얘기다.그러나 교수출신들에대한 현정권의 평가는 썩 좋은 것은 아니어서 이번 개각에서는 별로 빛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
***교수출신엔 부정적 현재 金대통령은 국민의 관심이 정권재창출이나 정치현안에 쏠리는 것을 별로 탐탁하게 생각지 않는다.
온통 사건.사고때문에 발목잡혀 질척거리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견딜 수 없어한다.金대통령은 세계화 구상을 구체화해 정국의 주도권을 잡 는 것은 물론 칭송받고 싶어 한다.당정(黨政)과 청와대 보좌진의 개편도 이런 구도속에서 비밀작업이 진행되고 있는것이다. 〈金斗宇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