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립만 주한 캐나다 대사가 대사관 앞에 있는 회화나무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주한 캐나다 대사관 제공]
이 나무는 공관 착공 당시 푸른 잎이 나지 않고 뿌리도 성장을 멈춘 고사 직전 상태였다. 나무를 살리기 위한 길은 험했다. 예상보다 뿌리가 커 설계도를 수정해 1층 로비가 나무를 비켜가도록 조치했다. 서울대 이경준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나무의 손상 정도에 대한 정밀 진단도 했다. 죽은 나무 껍질을 다듬어 내는 외과 수술도 여러차례 했다. 공사 중엔 나무에 지나친 진동을 주지 않으려고 중장비는 아예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배려했다. 지지대를 새로 세웠고, 물이 잘 빠지게 배수구도 새로 만들었다.
립만 대사는 취임 전인 2003년 대사관 신축 공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한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나무를 되살리는 과정을 조언하면서 지켜봤다. 중국 전문가로 캐나다 외무성 북아시아국 국장과 브리티시콜롬비아대(UBC)의 아시아연구소 연구 외교관 자격으로 한국을 수시로 드나 들었다. 회화나무는 립만 대사가 정식 취임한 올 7월 새로 돋은 푸른 잎으로 장식하고 그를 맞았다. 뿌리도 수십 년 만에 다시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주한 캐나다 대사관은 이같은 공로로 17일 환경재단이 주는 제2회 대한민국 녹색대상 특별 공로상을 수상했다. 외국기관이 이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립만 대사는 상금 100만원으로 이날 한국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 세미나를 개최했다. 환경재단 최열 대표는 “캐나다 대사관이 새 건물을 짓는 와중에 회화나무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온 점을 높이 사 특별 공로상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립만 대사는 “되살아난 회화 나무가 한-캐나다 두 나라 간 순탄한 앞날을 상징하는 듯 하다”며 “지구 온난화 대책 교류는 물론이고 인적 교류, 자유무역협정(FTA)체결 등 임기 안에 하고 싶은 일이 산더미”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