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박근혜 집 또 찾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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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서울 삼성동 자택을 이회창 무소속 후보<右>가 찾아왔다. 대문을 열고 나온 박전 대표의 안봉근 비서관<左>이 이 후보에게 "손님을 맞이할 여건이 안 된다"는 박 전 대표의 뜻을 전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후보의 이채관 수행팀장. [사진=안성식 기자]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17일 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서울 삼성동 자택을 방문했으나 박 전 대표가 면담을 거절하는 바람에 대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후보는 14일 밤에도 박 전 대표 집을 찾았으나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 후보는 17일 오후 10시쯤 박 전 대표 집 앞에서 검정색 에쿠스 승용차에서 내렸다. 이채관 수행팀장이 수행했다. 평소 유세 때 입는 남색 점퍼에 연두색 목도리 차림이었다. 당시 집 앞에선 '창사랑' '파랑새단' 등 이 후보 지지자 300여 명이 모여 박 전 대표에게 이명박 후보 지지 철회와 이 후보 지지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 경찰 2개 중대가 집 앞에서 이들의 근접을 막고 있었다.

이 후보는 경찰 저지선을 잠시 열게 하고 철제 대문 앞에 섰다. 잠시 후 경비실에 있던 박 전 대표의 안봉근 비서관이 나왔다.

이 후보는 "늦은 시간 결례인 줄 아는데 유세를 하다 보니 늦었다. 꼭 박 전 대표를 만나 뵙고 싶다. 뜻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안 비서관은 경비실로 들어가 인터폰으로 자택 안 박 전 대표에게 이 후보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갑자기 찾아오셔서 손님을 맞이할 여건이 안 된다"며 "(이 후보께) 정중히 양해를 구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10시15분쯤 안 비서관이 다시 나와 이 후보에게 박 전대표의 말을 전했다. 안 비서관의 말을 듣고 이 후보는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그는 10시20분쯤 승용차를 타고 되돌아 갔다. 차에 오르기 전 이 후보는 이채관 수행팀장에게 "소란스럽게 하면 박 전 대표에게 피해가 가니 지지자들을 조용히 시키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인천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역사적 결단을 내려주길 부탁한다"며 "함께 우리나라의 미래를 열어가길 갈망한다"고 구애했다.

글=이종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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