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해외자원 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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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10년간 총 20조원을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투자한다. 이는 1977~2006년 사이 30년 동안 한국이 자원 개발에 투자한 103억8000만 달러(약 9조600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민연금과 함께 석유공사·가스공사·광업진흥공사와 민간기업도 앞으로 10년 동안 40조~5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어서 전체 자원 개발 투자금은 60조~70조원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과 석유공사·가스공사·광업진흥공사 최고경영자와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은 14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이런 내용의 자원 개발 사업 기본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

 김호식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안정적 수입이 예상되는 생산 광구나 그런 광구를 소유한 기업을 인수하는 데 우선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산 광구 투자가 본궤도에 오르면 탐사 광구 투자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은 “웬만한 광구 하나에도 4000억~9000억원을 한꺼번에 투자해야 해 부담이 컸다”며 “국민연금이 한 해 2조원(약 22억 달러)을 투자하면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 투자하나=현재 한국이 확보한 자원 자급률은 3.8%에 불과하다. 세계적 에너지·원자재 값 폭등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다. 해외 자원 개발에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11월 말 현재 224조원의 기금을 운용하게 된 국민연금도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체 투자처가 절실하다. 기금이 빠르게 늘고 있어 국공채 투자만으론 운용하기도 쉽지 않다. 에너지·원자재 값 고공 행진이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자원 개발 사업도 주식·채권 투자 못지않은 고수익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게 국민연금의 판단이다.

 ◆어떻게 투자하나=국민연금과 3개 공기업에서 각 2명씩 8명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여기서 투자를 협의한다. 먼저 공기업이 타당성과 수익성을 조사해 투자 대상을 추천하면 국민연금이 14일 안에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 내 투자위원회도 위험성을 평가해 결정하기 때문에 안정적 수입이 나오는 생산 광구에 주로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는 기금 형태가 아니라 프로젝트별로 국민연금과 공기업·민간기업이 각자 일정 지분씩 참여하는 컨소시엄 방식으로 한다.

 ◆안전성 논란도=에너지·원자재 값이 급락하면 생산 광구라도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 자원 투자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안정 운용이 최우선이어야 할 국민연금으로 자원 개발 사업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황두열 사장은 “국민연금은 주로 안전성 높은 생산 광구에, 공기업과 민간기업은 고위험-고수익인 탐사 광구에 투자하는 식의 역할 분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경민·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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