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채권 수익 우습게 보지 마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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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23면

채권 투자 해도 되나

채권 고수 2인에게 듣는다

동양종금증권 김병철 상무

백 사장과 김 상무는 “이제부터는 채권 투자에 슬슬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 7% 정도로 낮아진 가운데 최근 채권시장에는 이와 엇비슷한 수익률의 우량 회사채가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최근 급전이 필요한 기업들은 채권시장에서 연 7%가 넘는 수익률의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물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백 사장은 “채권 수익률 7%는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이제는 주식과 어깨를 견줄 만한 상황이 왔다”고 평가했다. 주식의 기대 수익률은 통상 12개월 뒤에 예상되는 주당순이익을 지금의 주가로 나눠 백분율로 나타내는데, 이게 현재 7% 선으로 산출되고 있다. 김 상무는 “이달 들어 고객들에게 채권 매수를 권유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채권 매입 또는 채권형 펀드 가입을 문의하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 어떤 채권을 사는 게 좋을까. 김 상무는 “당분간은 만기가 길지 않은 채권을 사는 게 좋다”며 “최근 큰손 고객들이 사들이는 채권은 연 7%의 수익률에 만기 1년 이하짜리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채권 수익률이 더 오를 여지가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김 상무는 “수익률 7%대에서는 만기 6개월~1년짜리 채권을, 8% 선을 넘어가면 장기 채권을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백 사장은 “금리가 정점에서 내리막길을 걸을 때는 채권 실물을 사는 것보다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며 “다양한 채권을 섞어넣은 채권형 펀드는 금리 인하 과실을 마지막까지 따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CS자산운용 백경호 사장

채권에 투자하려면 투자자들 스스로 목표 수익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백 사장은 “우리 회사 고객 800명에게 내년도 주식형 펀드의 목표 수익률을 물어봤는데 30~40%를 거론한 고객이 가장 많았다”며 “이에 비춰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기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해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큰손들 앞서 움직인다

일반 소액 투자자들은 여전히 주식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데 비해 큰손들은 주식에서 거둔 수익금을 굳히기 위해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점차 옮겨타고 있다. 채권 영업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동양종금증권 창구의 경우 최근 채권 판매가 평소보다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김 상무는 “12월 들어 세전 7% 수익률을 제공하는 물건을 중심으로 채권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동양종금증권은 이달 들어 2주일 만에 3000억원어치의 기업어음(CP)과 채권을 팔았다. 이는 11월 전체 판매량과 같은 규모다. 요즘 증권사 창구에서는 좋은 채권이 나오면 금방 동이 나는 실정이다. 이달 초 있었던 롯데캐피탈의 연수익률 7%, 만기 6개월짜리 채권의 공모 경쟁률은 3대1을 기록했다. 또 1000억원어치의 현대건설 기업어음(CP) 공모에는 2000억원이 몰렸다. 공모 경쟁률이 껑충 뛰어오르면서 물량 배정 방식을 둘러싸고 창구 직원 간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VIP 고객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와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금리 정점 언제쯤일까

채권 투자에서 관건은 금리(수익률)의 움직임이다. 주가지수는 올라가면 투자자들이 이익을 보지만, 채권의 경우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값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해 손실을 보게 된다.

두 사람에게 향후 금리 전망을 물어봤다. 두 사람 모두 금리가 얼마 전과 같은 급등세를 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 1분기까지 완만한 상승 흐름을 좀 더 이어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백 사장은 “지금 상황에서 금리가 더 이상 가파르게 오를 여지는 없어 보인다”며 “최근의 금리 급등은 경제 자체의 요인보다는 시장 내 수급이 꼬이는 마찰적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이어서 급등 양상은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상무는 “금리가 정점의 7~8부 능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앞으로 2~3개월 안에 1%포인트가량 더 오른 뒤 내년 2분기부터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내년에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김 상무는 설명했다.
 
포트폴리오 변화와 투자 요령

그렇다면 기존에 갖고 있는 주식을 팔거나 주식 펀드를 환매해 채권으로 옮겨타는 전략은 어떨지 물었다. 두 사람 모두 만류했다. 아직까지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괜찮아 보이기 때문이란다. 백 사장은 “내년부터 서서히 채권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권하고 싶다”며 “올해 과속으로 내달린 주식시장이 내년에 쉴 때 단계적으로 자산을 채권으로 옮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년에는 개인의 금융자산 중 채권 비중이 최소한 3분의 1 이상을 유지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상무도 “새로운 투자 자금을 주식과 채권에 고루 분산하면 된다”며 “채권 수익률 7%대에서는 신규 자금의 절반씩을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채권 수익률이 8%를 넘어가면 70%가량을 채권에 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처럼 채권도 시기를 분산해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라는 얘기다. 김 상무는 “투자 시기만 분산할 뿐 아니라 한 업체의 채권에 올인하는 식의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권도 원금 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다. 백 사장은 “소액 개인투자자들은 채권형 펀드에 돈을 넣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채권 실물을 살 때는 개별 주식 투자 때와 마찬가지로 발행 회사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먼저 채권 신용등급을 확인한다. 이와 함께 신용평가 회사에서 등급을 매긴 이유를 설명해주는 ‘신용등급 부여 요지’도 읽어봐야 한다. 김 상무는 “기업 어음의 경우 A3-, 회사채는 BBB- 이하 등급에 대해서는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요지는 물론 발행 회사의 면면을 잘 따져봐야 한다”며 “이런 게 힘든 고객은 평판이 좋은 운용사에서 굴리는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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