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에 밀려난 보물찾기의 즐거움-내셔널 트레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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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14면

보물찾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감춰진 비밀을 폭로하는 것도 늘 흥미롭다.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한다. 누구나 탐내는 보물을 찾아가면서 역사 속의 수수께끼까지 밝혀내는 것이다.

1편에서 미국 건국의 숨은 공로자인 프리메이슨의 보물을 찾아냈던 벤 게이츠(니컬러스 케이지)는 2편에서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맹이 찾아 헤맸던 황금의 도시를 찾아간다. 수수께끼가 담겨 있는 역사적 유물로는 1편에서 독립선언문과 1달러 지폐 등이 나오고 2편에서는 파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과 미국 대통령이 사용하는 ‘결단의 책상’ 등이 등장한다.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는 실제로 있었던 인물이나 유물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와 다른 기발한 이야기들을 끌어내고 있다.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은 게이츠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링컨 대통령의 암살범인 존 윌커스 부스의 일기 일부가 발견되면서, 벤의 고조부가 링컨 암살의 공모자로 밝혀진 것이다.

벤이 가문의 영광을 위해 보물찾기에 나선다는 설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순수하게 보물찾기에만 주력했던 전편과 달리, 속편에서는 가문이라든가 조국이라든가 하는 추상적인 개념이 너무 앞서버린다. 벤을 악착같이 추적하던 악당은, 갑자기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자 하는 영웅으로 변신한다. 비밀의 책이 등장하지만, 그냥 흥밋거리 정도로 그쳐버린다.

21세기판 ‘인디아나 존스’라고 할 수 있는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의 즐거움은, 보통사람의 눈에는 황당하게만 보이는 보물사냥꾼이, 해박한 지식과 첨단 기술을 이용해 수수께끼의 해답을 기막히게 찾아낸다는 점에 있었다.

언뜻 허황돼 보이지만, 퍼즐을 풀면서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되는 보물찾기의 즐거움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은 너무 ‘내셔널’에 집착한 나머지 ‘트레져’ 본연의 즐거움을 놓쳐버리고 있다. 아무리 뜻이 숭고해도, 논리가 뒤죽박죽인 퍼즐을 푸는 과정은 지루하고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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