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로가는행정혁명>2.직제.인사.권한이양3박자 맞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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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출신 부처별로 안배(按配)하는「탕평책(蕩平策)」을 쓰는 인사로는 유능한 인력이 제자리에 가서 일을 할 수가 없다』『거대부처가 반드시 좋고 능률적인 것은 아니다』.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6일 상공부가 동력자원부를 흡수 통합해 상공자원부로 일을 한지 1년9개월.그동안의 상공자원부 안팎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내부.외부의 평가다.
이같은 일은 이제 상공자원부만의 일이 아니다.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합치는 재정경제원,건설부와 교통부가 합치는 건설교통부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과장이 한달에 한번 정도 장관 얼굴 보기도 어렵습니다.상대적으로 업무의 중요도가 처지는 편인 과장은 1년에 단 한번도 장관 결재를 받지 못하기도 합니다.』상공자원부 K과장의경험담이다.
상공자원부의 과장은 현재 본부만 71명이다.따라서 장.차관이이 많은 과장의 이름과 얼굴을 제대로 연결짓지 못한다.어찌 보면 국민학교 담임 선생님이 자기 반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다 보니 주목받지 못하는 국이나 과의 업무는 「천대받는」경우도 있다.실제로 동력자원부에서 온 일부 직원들은 자신들의 일이 그렇다고 사석에서 불만을 이야기한다.
자원분야 일을 맡는 L과장은 이같은 대표적인 예로 서슴없이 올여름 초비상이 걸렸던 전력사정을 꼽았다.
『처음에 다들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지요.그러다가 무더위속 에어컨등 냉방 수요가 급증하고 전력공급 예비율이 바닥을 기자 비로소 상공자원부 전체가 나섰으며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결국 17개국 71개 과를 일일이 챙기는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거대 조직의 폐단이다.물리적으로 장.
차관의 관리능력에서 저만큼 벗어나 있는데 아직도 우리 조직에서는 일일이 장.차관에게 보고하고 지침을 받아 움직이려 들기 때문이다. 『업무를 갖고 장.차관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번 잘못 찍히면 여간해서 이미지를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C과장의솔직한 고백이다.그는 아직도 윗사람의 눈에 들어야 앞날이 순탄한 우리네 형편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오래 가면 맡은 일을 제대로 확실하게 하는 것보다는 조금 엉뚱하더라도「눈에 띄는」일을 찾아가는 나쁜 문화가 스며들고 있다고 꼬집었다.거대 부처가 되다 보니 부처안 국.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고 불필요한 알력도 생겨난다는 직원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내 일이 아니면 모두 남의 일이라는 식이요,아무래도 힘을 한군데로 몰아주기 어려워진다. 『어떤 과에서 일을 제대로 못하면 도와주기는커녕 무슨일을 그따위로 하느냐는 식으로 비아냥대기도 합니다.그 갈등을 풀기 위해 외부에서 이슈를 찾기도 하고 업무를 다루는 자세가 도전적으로 변할 수 있지요.』 상공자원부는 원래「한몸」이었던 동력자원부가 78년에 떨어져 나갔다가 15년만인 지난해 다시 재결합한 경우다.따라서 국장이나 고참 과장은 대부분 원래「한식구」였다.
그럼에도 이렇듯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을 보면 거의 1대1로 통합하는데다 벌써부터 일부에서 은근히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12.3 정부조직 개편의 앞날이 그다지 순탄할 수만은 없다.
93년3월 상공자원부는 두 부처가 통합하면서 기존의 직제(2실18국 75과)를 거의 그대로 갖고 갔다.이 과정에서 69명의 인원이 감축됐는데 상위직은 대부분 그만두었고 하위직은 교육이나 연수를 갔는데 아직도 모두 소화하지 못했다.
물론 상공자원부는 통합한지 1년이 지난 지난3월 1국 4과를추가로 줄였다.
결국 직제개편.능력위주인사.권한의 하부이양등 3박자가 맞아야한다는 것이 상공자원부의 경험이 주는 교훈이다.
〈梁在燦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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