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진화
엘리엇 애런슨 외 지음, 박웅희 옮김, 추수밭, 376쪽, 1만3000원
그런데 장삼이사(張三李四)에서 국가지도자까지 반드시 읽어볼 만하다. 대선을 앞두고 진위를 가리기 힘든 주장이 난무하는 요즘 특히 그렇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들인 두 저자는 무자비한 독재자, 탐욕스런 기업가, 신의 이름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광신자, 아이들을 추행하는 성직자, 형제를 속여 유산을 가로채는 사람들이 멀쩡하게 살아가는 것은 바로 ‘자기정당화’ 덕분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 모두가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라 지적한다. 누구나 한 번쯤 “그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어” “사실 그것은 탁월한 해결책이었어” “난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어” “난 그럴 자격이 있어”라고 말한 경험이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은이들은 리언 페스팅어란 심리학자가 정립한 인지부조화이론이 자기 정당화를 추동하는 엔진이라며 이를 집중 소개한다. ‘인지부조화 이론’이란 사람들이 상충하는 생각에서 조리를 찾아 최소한 마음에서만은 일관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애를 쓴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심리 메커니즘이 작용하는데 부정할 수 없는 증거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기존 신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증거를 비판·왜곡·기각할 방법을 찾는 ‘확증 편향’도 그 중 하나다. 종말론을 믿는 이들이 그 시한이 넘어도 아무 이상이 없자 “우리가 진실하게 믿기 때문에 종말이 오지 않았다”며 되레 선교에 열성적으로 나서는 것이 그런 예다.
기억도 믿지 말란다. 자신이 한 것, 혹은 자신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좋게 평가되고 생각되게 가공한다는 것이다. 잘못이 있었다면 다른 사람이 저질렀으며 기껏해야 그 자리에 있었지만 죄 없는 구경꾼 노릇을 했다고 기억을 가공한다고 한다. 니체는 “내 기억이 ‘내가 그것을 했다’라고 말하지만 내 자존심은 ‘내가 그것을 했을 리가 없다’고 말한다. 결국 기억이 굴복한다”고 말했다. 적확한 지적이다.
옳고 싶은 희망에 의해, 자기 존중감을 유지하기 위해, 실패나 나쁜 결정을 변명하고 자기를 지키기 위해 ‘자기 정당화’는 거의 자동적으로 시행된다고 한다. 이런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케네디 대통령에게 답이 있다. 1961년 미국은 쿠바의 카스트로 체제를 무너뜨리려 피그스만 침공을 시도했으나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이 때 그는 “정부는 그 실수에 대해 솔직하고자 합니다. 어떤 현명한 분이 말했듯이 실수를 시정하기를 거부하지 않는 한 과오가 되지 않습니다”라며 실패의 최종 책임은 “나에게, 나에게만 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그의 인기는 치솟았다.
최신 심리학의 연구성과를 소개하는 데 무게를 두었기에 ‘해법’은 소략하다. 그렇지만 다양한 ‘거짓말 사례’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지도층의 속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빼어난 가치를 지닌 책이다.
김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