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 창원 위아㈜, 스포츠로 '해피 투게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얼마 전 경남 창원공단에 있는 위아㈜의 임직원들은 부인과 함께 마라톤을 했다. 직원들은 5명씩 한팀을 이뤄 한명이 12㎞씩 달려 모두 60㎞를 소화했다. 부인 2백여명은 8개조로 나뉘어 5㎞씩 뛰었다. 위아는 이런 건강달리기 대회를 해마다 서너 차례씩 연다. 배구.족구.축구 등 각종 사내 운동경기는 거의 매일 열린다. 여사원들은 1년에 한차례 이상 의무적으로 지리산 종주를 한다.

이 회사가 사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운동을 권장한 것은 1999년부터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난 기아중공업을 인수해 지금의 위아로 회사이름을 바꿔 새 출발 의지를 다졌지만 가라앉은 회사분위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았다. 기아 출신과 현대에서 파견한 직원 간에 미묘한 틈새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본 김평기(金平基.57)대표이사가 임직원의 화합을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

金대표는 "스포츠는 정직합니다. 땀 흘려 노력한 결과가 바로 나오죠. 또 함께 어울리다 보면 사원들 간의 화합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내에 여러 스포츠 동아리가 만들어 지고 각종 스포츠 대회가 주기적으로 열린다. 직원들은 도내.외에서 열리는 각종 마라톤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참가 경비 일부는 회사가 지원한다. 이런저런 사내외 운동이 많아지자 일부에선 불평도 터뜨렸지만 금세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다. 3시간 안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직원만 1백명에 이를 정도로 마라톤 매니어가 늘었다. 또 남편이 운동을 가까이하면서 술과 담배를 멀리하자 가족들도 반겼다.

변속기 생산부 홍종표 주임은 "가장의 건강을 지켜본 부인들이 함께 운동을 즐기기 시작했다"며 "가정이 화목해지니 회사일도 예전보다 즐겁다"고 말했다.

회사는 사원 부인들을 위해 탁구 강좌 등을 연다. 생산부 박정인(36)대리의 부인 이정예(34)씨는 "여러 사내 체육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남편이 다니는 직장 분위기를 알게 돼 내조도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도 당시 부채비율이 1천%에 이르렀던 이 회사의 경영은 날로 나아지고 있다. 1인당 생산액이 5년 전에 비해 80% 늘었다. 올해엔 직원 한사람이 8억6천만원어치를 생산할 예정이다. 스포츠로 쌓은 팀워크 때문인지 불량률이 제로 수준까지 떨어졌다. 산업현장의 사고도 거의 없다. 자산은 4천7백억원에서 8천2백억원으로 불어났다.

부도 당시 2천억원 규모였던 이 회사의 매출은 다섯배로 불었다. 지난해 이회사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1조원의 매출을 넘어섰다.

창원=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