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물타기” vs “우연의 일치” 현대·기아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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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결과인가. 우연의 일치인가.

르노삼성자동차와 현대·기아자동차 사이의 기싸움이 뜨겁다. 르노삼성과 현대·기아차가 각각 회사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행사들이 겹치는 것에 대해 서로 ‘물타기’와 ‘우연’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주 르노삼성은 28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크로스오버차량(CUV) QM5 cdi 2.0 4WD의 테스트 드라이브 행사를 가졌다. 그리고 지난 10일에는 일반 시판을 시작하기로 했다. 르노삼성이 출시에 앞서 한 달 전부터 날짜까지 알리면서 준비했던 이벤트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행사는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 준공 행사 일정(8일)과 겹쳐버렸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 현대·기아차 수뇌부가 대거 참석했기에 관심은 중국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뿐이 아니다. 르노삼성은 SM7 출시 3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을 내년 1월 3일 내놓는다고 밝혔다. 외관은 물론 인테리어의 대폭 개선으로 기존 SM7의 판매고를 뛰어넘는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아차가 신형 SUV 모하비 출시를 1월 8일에서 3일로 당기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관심의 분산을 넘어 모하비로 쏠릴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무래도 부분 변경 모델보다는 완전히 새로 디자인된 신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측 관계자는 “미리 일정을 알리고 준비해온 우리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매출 규모로 본다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데…”라며 볼멘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QM5의 사전예약 판매 하루 전인 2일 ‘싼타페 더 럭스’를 출시하면서 르노삼성의 기운을 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전적으로 우연일 뿐이다”며 펄쩍 뛰고 있다.

우선 중국 제2공장 준공 날짜인 8일은 중국에서 대부분의 행사를 진행할 만큼 최고의 길일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하비의 경우 1월 8일이 현대차의 제네시스 발표회이고.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가 뒤를 잇기 때문에 신차발표회 날짜를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국내 시장을 50% 이상 석권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10% 남짓에 불과한 르노삼성의 물타기 논쟁은 당분간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상언 기자 [separk@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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