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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제왕 地氣는 없다. 그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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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임금과 제후가 나는 명당은 기이한 형태의 ‘괴혈’에 있다고 한다. 12월19일, 최후 일전을 앞둔 3룡 가운데 제왕의 지기는 누가 받을 것인가? 풍수지리로 내다본 2007년 대선 관전법.


11월7일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대통령선거 출마선언으로 막판에 대선 판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전 총재의 대선(大選) 출마는 그 자체로도 ‘빅 뉴스’이지만, 출마 ‘진의’를 놓고도 설왕설래가 계속 중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대권 3수에 뛰어든 그가 실제 대망을 이루게 될지, 막판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 교체의 조연으로 남게 될지, 아니면 다시 패배해 ‘배신자’의 낙인이 찍힐지 점치기 어려운 노릇이다.

그의 대선 출마가 표면화되면서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보도가 뒤따랐다. 이 전 총재가 몇 달 전 자신의 선영(先塋)을 이장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세간에서는 그의 정계 복귀와 대선 출마의 ‘본심’이 대권(大權) 쪽에 있다는 데 무게가 더 실리는 분위기다. 그의 ‘선영 이장과 대선 출마’는 우연인가, 필연인가?

겉으로 봐서는 과거 예산 읍내에 있던 이 전 총재의 선영은 주변 개발과 도로 신설로 불가피하게 옮겨진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이미 지난 2004년 선친의 묘를 먼저 이장했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당시 이 전 총재 선친 묘의 이장은 유해가 안장된 지 2년이 채 안 된 상황에 이뤄졌다.

이회창 선영 이장이 주목받는 이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전 총재가 패배했던 2002년 대선 전을 떠올리고자 한다. 2002년 초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대세론’을 타고 있던 시절이다. ‘이회창 대세론’이 한창이던 때인 2002년 2월, 한 월간지가 대선 잠룡들의 생가(生家)와 선영에 대한 풍수를 기사로 다루었다. 이 잡지에 실린 이 후보의 선영 풍수에 대한 언급이 이렇다.

“이회창 총재의 선영은 (충남) 예산읍 예산리에 대부분 조상이 안장되어 있고, 대흥면 손지리에 조모의 묘가 있다. 이중 100여 평 남짓한 가족 묘가 있는 예산리 묘를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말하자면 주산과 좌청룡, 우백호 자락에 모두 아파트나 연립주택 단지가 들어서서 자연스럽게 명당의 기운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는 자연의 힘이 아닌 인공의 힘에 의해서 이회창 총재 주변에 사람과 재물이 모이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풍수에서는 사람의 기, 인공의 기보다는 자연의 기를 우선시한다. 아무리 인공의 기를 덧씌운다 하더라도 땅이 가진 천연의 기운보다는 못하다는 논리다. 그런 점에서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이회창 총재가 대권을 장악한다면, ‘명당으로부터 창출되는 대권’ 신화는 21세기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전 총재는 10개월 뒤인 2002년 12월19일 벌어진 17대 대통령선거에서 결국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쓸쓸히 정계를 떠났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흘러간 2004년 10월, 눈길을 끄는 보도가 다시 나왔다. 정계를 은퇴했던 이 전 총재가 예산의 선친 묘를 이장했다는 것이었다. 이 보도가 나오자 당시 정치권에는 ‘이회창 정계 복귀설’이 한바탕 일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선영이 새로 옮겨간 자리는 반경 5km 안에 2001년 이장을 끝낸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의 선영이 위치했고, 한화갑 당시 민주당 대표의 선영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주요 정당의 전·현직 총재들, 이른바 차기 주자들로 꼽히는 이들의 선영이 지근 거리에 몰려있다는 것은 이곳이 명당 중의 명당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나 진배 없다.<그림1 참조>

▶(좌) 충남 예산 읍내에 있던 이회창 후보의 이장 전 선영.
(우) 새로 이장한 이 후보의 선영. 여러 기의 무덤 가운데, 맨 아래 무덤이 2004년 이장한 선친의 묘이다.

이 전 총재의 선친 묘 이전 보도가 있고 난 뒤, 일부에서는 그 동안 충청도 일대에 전설로 전해졌던 천하 명당 ‘자미원’이 이곳 가운데 하나일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이회창 전 총재의 이야기는 다시금 잊혀졌다.

하지만 올 여름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전국을 돌면서 한창 경선을 치르고 있을 때, 이 전 총재는 예산 읍내에 남아있던 나머지 조상 묘들도 2년 전에 옮겨갔던 선친 묘역으로 마저 옮겼던 것이다. 그리고 몇 달이 흘러간 11월 이 전 총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지 모르겠다. “조상 묘 이장은 다른 문중에서도 흔한 일인데 선영 이장과 대선 출마를 연계시키는 것은 지나친 억지 아니냐?”고. 당연한 이의제기라고 하겠지만 역대 대선에 나선 대권 주자(走者)들이 선영을 이전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 후보의 사례도 결코 예사로이 지나칠 사안이 아니다.<상자기사 참조>

그렇다면 현재 지지율 3위권 안에 포진한 이명박-정동영 두 후보도 혹시 풍수설 때문에 조상 묘를 이장하지는 않았을까?

이명박 후보의 선영은 별다른 징후가 없었지만 정동영 후보의 선영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다. 지난 연초부터 정 후보의 선영 이장설이 정가에 나돌아 필자는 직접 확인에 나섰다. 정 후보의 경우, 선영이 이장된 것은 아니지만 부모 묘에 대한 대대적인 ‘리뉴얼’이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무덤이 오래되면 봉분이 무너져내리고 잔디가 죽어 이를 보수하는 것을 ‘사초(莎草)’라고 일컫는다. 사초는 후손의 입장에서 조상에 드리는 최소한의 예의로서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정 후보는 사초라고 하기보다 훨씬 ‘대규모’ 보수공사를 벌였다.

우선 무덤 주변에 있는 거대한 바위들은 검은색 그늘 막을 덮었고, 일부 바위에는 흙을 덮어놓았다. 풍수적으로 볼 때, 지표면에 솟은 바위는 지나치게 강한 땅 기운(地氣)의 표현으로 본다.

하지만 땅 기운이 땅 밖으로 노출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 검은 그늘 막을 바위 위에 친 것은 이를 막기 위한 ‘진압 풍수’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바뀐 것은 또 있었다. 기존 묘의 위치는 그대로 뒀지만 변화가 또렷하다.

“부친의 묘와 모친의 묘를 독립된 공간으로 분리하고, 파구(수구) 또한 따로 만들어 놓았는데 파군수(破軍水)에 손파(巽破)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부모 묘와 같은 공간 구조로 물이 흘러나가게끔 만들었다.”

풍수전문가 최낙기(선문대) 교수의 평가다. 최 교수의 이런 평가는 조선조 지관 선발 고시과목인 ‘호순신’의 풍수 이기론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정 후보의 부모 묘가 노 대통령의 부모 묘를 ‘모방’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예의 월간지에 실린 노 대통령의 선영에 대한 풍수를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다.

보수공사 정동영 선영, 盧 대통령과 닮은 꼴

“호순신의 이기론을 바탕으로 노 고문(노무현 대통령을 지칭)의 조상 묘를 감평하면 다음과 같다. 아버지 무덤 뒤로 이어지는 내룡을 패철로 측정하면 축좌(丑坐)이고 물이 빠져나가는 방향은 손(巽)방이다. 이때 축(丑)은 오행의 토(土)로서 이 무덤은 토국(土局)이 된다.

토국의 경우 손(巽)방으로 흘러가는 물은 포태법상 묘(墓)요, 구성으로는 파군(破軍)이 된다.(…)절묘하게도 노 고문 부모 무덤과 수구의 방위가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이곳을 주관하던 지관이 그것을 알고 했을 리 만무하다. 아무리 나쁜 상황도 노 고문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정동영 후보의 ‘사초’는 노 대통령의 선영의 좌향과 수구를 ‘모방’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론 지지율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이명박·이회창·정동영 세 후보 가운데 풍수적으로 가장 대권에 가까운 이는 누구일까?

1,0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풍수서 <황제택경>(黃帝宅經)과 다른 풍수 고전들은 생가가 선영보다 더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현재 주목받고 있는 유력 대선 주자들의 생가는 모두가 안개 속에 가려 있다.

이명박 후보는 일본 오사카 출생, 이회창 후보는 황해도 서흥 출생, 일찍 부친을 여읜 정동영 후보는 순창 읍내에서 출생했다지만 생가 터가 불확실하다. 두 후보는 지리적 한계 때문에 어려웠고, 정동영 후보는 6·25 피란 중 순창읍에서 태어났다가 어린 시절을 구림면에서 보낸 탓에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생가를 제외하고, 선영을 살피는 것만으로 천기가 어떻게 누설되는지 살펴봐야 하는 처지다. 선영 가운데에는 부모·조부모·증조부모 묘 가운데서 일반적으로 부모 묘의 영향이 가장 강하다. 따라서 부모 묘를 중심으로 3인의 대권 운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이명박
부모보다 조모, 증조모 묘 주목

‘한국정치 큰 그릇’ ‘진흙 속 보석’을 암시

우선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이 후보의 부모 묘는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송갈1리 영일목장 안에 위치한다.

지종학 풍수연구소 소장은 이 묘소에 대해 “규칙과 질서가 전혀 없는 중구난방의 요란한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는 “청룡은 달아나고 물은 수습하지 못하는 지세”로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묘 앞에 작은 저수지를 조성해 물을 가둬” 놓았지만 “그 물빛 또한 누런 빛으로 탁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풍수전문가 최낙기(선문대) 교수는 이 터에 대해 “꽃망울이 잘 맺혀 아름다운 꽃이 활짝 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떨어져 버리는 이른바 화개낙지형(花開落地形)”으로 보았다.

장남식 풍수역학연구소 소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이 후보의 선영에 대해 풀이하고 있다.

“멀리서 이 땅을 보면 풍수에서 요구하는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어 아름다워 보인다. 그렇지만 실제 안으로 들어가 보면 문제가 많다. 이러한 땅을 조선조 지관선발 고시과목인 ‘감룡경’에서는 ‘화혈’(花穴)이라고 해서 현혹되기 쉬움을 경계하였다.

우선 주산이 불분명하고 주산에서 무덤으로 이어지는 산 능선이 있기는 하지만 힘차게 뻗지 못하고 여러 곁줄기가 서로 밀고 밀리면서 들어온다. 주산이 불분명하면 스스로 갖고 있는 가치관의 부재(不在)를, 주산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산 능선의 힘이 약하면 뒷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좌)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에 있는 이명박 후보의 부모 묘소.
(우) 포항시 신광면에 위치한 이명박 후보의 조모 묘.

고주산 아래 조부모 묘 풍수에 극찬도

또 좌청룡 끝이 혈을 감싸지 못하고 반대쪽으로 달아났다. 풍수적으로 청룡은 자식과 부하를 상징하는데, 정치인이라면 최측근이 배신을 한다는 의미이다. 이명박 후보의 비밀을 누설하였던 김유찬이나 김경준 말고도 또 다른 배신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렇듯 이 후보 부모 묘에 대해서는 풍수 전문가 대부분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그 윗대 선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타난다. 풍수전문가 민병삼 씨는 포항 흥해읍 덕실마을 뒤 고주산 아래에 있는 이 후보의 조부모 묘를 극찬했다.

“이 전 시장의 할머니 남평문 씨의 묘는 청룡백호가 마치 꽃게가 두 다리를 포개고 있는 듯한 형상으로 감싸고 있다.(…) 묘터의 국세로 본다면 한국 정치의 큰 획을 그을 만한 그릇이다. 뿐만 아니라 무덤에 쓰이는 당판의 형태 또한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증조 묘소나 경남 지수면의 LG그룹 조상 묘터 국(局)안에서의 혈(穴)에서 보듯이 60~70도 경사진 곳에 위치한 특이한 괴혈(怪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또다른 풍수술사들은 이곳 조모 묘에 대해 “산의 등 쪽에 자리한 곳이라 배반의 땅”이라는 평가도 내렸다. 지종학 풍수지리연구소장은 이 후보의 선영 가운데 경북 포항시 신광면 만석2리에 위치한 증조모 묘가 가장 좋아 보인다고 말한다.

“(증조모) 묘의 전면에는 널찍한 명당을 형성했으며, 주변은 비학산(飛鶴山)의 군봉(群峰)들이 그림같이 늘어서 있다. 만일 나의 판단이 맞는다면 일절(一節)로써 혈을 맺은 것이니, 이곳은 진흙 속의 보석일 것이다.”

그러나 증조부모 묘와 이 후보 사이의 세대 차가 너무 커서 과연 땅 기운의 영향력이 얼마나 미칠까 여전히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선영 풍수보다는 “이 후보 개인 사주의 좋고 나쁨을 살피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는 의견이 있다.

2 이회창
세 후보 중 가장 强한 기운

“개인 가치관 변화 암시… 좌청룡이 권력 상징”

현재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선영은 할 이야기가 많은 편이다. 최근 부모의 묘소를 비롯해 윗대 조상 묘소를 한 곳에 옮겨온 터라 다른 후보에 비해 평가를 내리기가 훨씬 수월한 편이다. 앞서 설명한 이전 선영과 달리 새로 이장한 선영의 지세는 어떠할까?

이회창 후보의 선영은 청양의 ‘문박산’에서 ‘법산’을 거쳐 ‘박봉’으로 이어져오는 산줄기, 즉 남에서 북쪽으로 거슬러 오르는 산줄기가 신양천을 만나 더 이상 뻗지 못하는 자리에 놓여있다. 신양천은 다시 서쪽으로 흘러 예당저수지에서 큰물을 이룬다.

비록 무덤에서는 안 보이지만 무덤 앞에 고여 있는 깨끗하고 큰 저수지 물은 좋은 땅 기운으로 귀하게 여길 만하다. 이명박 후보의 부모 묘소 앞에 있는 탁한 연못과는 사뭇 대조적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 보자면 지기의 흐름이 자못 강하며 산과 물이 적절한 만남을 이루고 있다. 또 이명박 후보나 정동영 후보의 부모 묘와 달리 선영 뒤의 주산(主山)처럼 보이는 산도 갖춰져 있다. 이러한 땅에 자리한 이회창 후보의 선영을 풍수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새로 이장한 선영을 살펴본 최낙기 선문대 교수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어느 누구든 그런 자리에 조상을 모시면 눈앞에 권력이 아른거리게 마련이다. 권력을 상징하는 청룡이 혈장(무덤) 앞까지 두 개나 나와 있고, 안산은 옥대사(玉帶砂)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혈장 앞을 잘 감싸고 돈다. 그러나 꼼꼼하게 살펴보면 2개의 청룡의 끝은 혈장 밖으로 돌아나간다. 대권을 손에 쥐기에는 어려운 지세이다.”

최 교수와는 달리 장남식 풍수역학연구소 소장은 3인의 유력 주자 가운데 풍수적으로 이회창 후보의 선영이 가장 유리하다고 해석한다.

“주산의 주 능선이 이 후보의 선영이 아닌 그 뒤쪽으로 흘러갔다. 이런 곳에 새로이 이장을 하였다는 것은 스스로 갖고 있던 가치관을 버리고 새 세상으로 나아감을 상징한다. 기존에 옳다고 여겼던 정당함을 버리고 세상의 법을 따르겠다는 가치관의 변화이다.

무덤 뒤의 산이 기울었음은 ‘편법’을 의미하고, 무덤 앞까지 겹겹이 감싸는 왼쪽의 산 능선, 즉 좌청룡은 권력을 상징한다. 이명박 후보 부모 묘의 좌청룡이 배반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이회창 후보의 선영이 세 후보 가운데는 비교적 강한 기운을 가졌다고 여겨진다.”

3 정동영
대대적 보수작업으로 地勢 달래

“세상 共鳴에 한계… 막판 지지 결집될 수도”

여권 후보이지만 지지율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정동영 통합신당 대통령 후보.

그의 선영은 앞서 언급한 대로 그의 고향인 전북 순창군 구림면 율북리 통안 마을 뒤에 위치했다. 최근 증축된 통안 저수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중턱에 있다.

정동영 후보가 노무현 정권의 ‘황태자’ 소리를 들을 때 풍수 호사가뿐만 아니라 정치인, 정치후보자들까지 정 후보의 선영을 어찌나 많이 드나들었는지 선영 가는 길이 번들번들해져 있을 정도다.

정 후보 선친의 묘소는 무덤 뒤에 커다란 바위들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 부모 묘를 감싼 돌줄(石脈)과 유사한데 오히려 크다. 일부 풍수 호사가들은 이것을 가리켜 ‘제왕의 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노 대통령의 선영과 정 후보의 선영은 모두 좌향으로 그 공간구조가 유사할지 모르지만 여러 면에서 차이점이 또렷하다.

무덤 주변에 박힌 바위는 강력한 땅의 기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편협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후손 역시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만 때로는 오기와 편협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시절 지관들끼리 논쟁

노 대통령 선영 주변의 바위는 땅속 깊이 박힌 돌인데다 선영을 좌우로 감싸고 있어 그 땅 기운을 후손이 받아들여 그 역량을 발휘하는 형세인 반면, 정 후보 선영 주변 바위들은 덩치는 크지만 지나치게 지표면으로 노출되어 있다. 땅의 기운이 위로 흘러가게 되면 지기의 영향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더욱이 노 대통령 선영 앞에 펼쳐진 드넓은 논밭은 풍수 전문 용어로 명당(明堂)이라고 말하며, 현대적 개념으로 치면 ‘생산 공간’으로 해석한다. 생산 공간이란 다름 아니라 뭇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포용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명당이 넓고 반듯하다면 많은 이들이 올바른 뜻을 가지고 운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 후보 부모의 묘소 앞에는 들판이 펼쳐지지 않고 좌우 산들이 핍박해 협소한 모습이다.

정 후보가 열린우리당의 ‘황태자’로 자리할 때 풍수호사가들과 풍수 사이트들에 때 아닌 논쟁이 인 적이 있다. 논쟁의 핵심은 ‘정동영 부모의 묘가 과연 제왕의 땅인가’ 하는 것이었다. 우선 정 후보의 어머니 장례식 때 천광작업을 했던 지관 강희종 씨는 자신이 저술한 책을 통해 이 곳을 제왕의 땅으로 꼽았다.

“이미 3년 전인 2002년 봄에 순창 구림에 있는 모(정 전 의장을 지칭)씨의 부친 산소를 가보니 봉황이 알을 품는 천하 대명당이라서 대통령도 나오는 자리라고 이미 말씀을 드렸고, 작년 6월에 <내가 잡은 명당> 3권을 여사님(정 전 의장의 부인)께 드렸다. 대통령도 나오는 천하 대명당이라는 말에 여사께서는 깜짝 놀라셨고 모(정동영)씨가 그 후 승승장구하여 모 단체(열린우리당)의 대표가 되시고 OO(장관)이 되셨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장차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으신 분이다.”<내가 잡은 명당4>.

하지만 정반대의 의견도 많다. 지종학 풍수지리연구소장은 이 터에 대하여 “부모 묘는 두 개의 가지가 갈라지는 계곡에 억지로 안치한 것에 불과하며, 빗물이 흘러내리는 지점일 뿐이다. 묘를 둘러싼 바위들은 쏟아질 듯 핍박하니, 험한 돌 틈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형상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5·31 지자체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하고 정 의장이 ‘실각’을 한 탓인지 금년 4월에 또 다른 지관 하 모 씨의 주관 아래 부모 묘소를 보수했다. 무덤과 물길의 방향을 바꾸고 주변을 둘러싼 바위에는 검은 그늘 막을 덧씌운 것이다. 금년 봄 정 후보의 부모 묘에 대한 대대적인 사초 작업이 끝나고 난 뒤, 풍수 전문가들의 의견도 조금은 달라졌다.

▶(좌) 대대적 보수 후의 정동영 부모 묘소. 무덤 주변의 바위에 검은 그늘 막을 씌웠다.
(우) 정동영 후보의 부모 묘. 무덤 앞의 수구가 두 개인 것이 보인다.

최낙기 교수는 정 후보의 부모와 조부모 묘가 다른 후보들보다 좀 더 낫다고 평한다.

“부모 묘의 백호가 큰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다행히 혈장을 향하고 있고, 모가 난 부분은 뒤로 감추어져 있어 뜻하지 않게 유권자들이 막바지에 뭉칠 수 있다. 다만 혈장이 형성되지 않고, 청룡이 높아 보여 힘을 가진 자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또한 조부모 묘 앞에 있는 크고 작은 산들은 모두 다 나를 향하고 있으니, 많은 사람이 끝까지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안산이 나를 향하여 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산에서 내려온 산줄기 역시 변화가 있고, 혈장은 자체의 기운에다 전후 좌우에서도 지원되는 기운이 엿보인다.”

이에 반해 장남식 소장은 정 후보의 부모 묘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주변에 표출된 거대한 검은 바위는 자기를 드러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을 표현한다. 때로는 오기와 독선을 의미한다. 그러나 박힌 돌이 아니라 지표면에 지나치게 드러난 자리이다. 그것은 자기 아집일 뿐, 세상의 공명을 일으키지 못한다.

새로운 땅을 찾지 않은 채 부모 무덤의 수구 방향을 각각 달리 바꾸고 바위 위에다 검은 보자기(그늘 막)를 씌운다고 하여도 달라질 것은 없다.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지 못하고, 기존의 가치를 위장할 뿐이다. 이 점에서 이회창 후보에 뒤떨어진다. 겉보기에는 강하고 정열적으로 보이지만 땅은 겁이 많다는 것만을 말해 준다.”

풍수전문가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 유력 주자들의 선영에 대해 말들을 쏟아냈지만, 한계 또한 솔직히 토로했다. 우선 세 후보의 생가가 밝혀지지 않았고, 그들의 선영을 살펴보면 상대적인 우열을 말할 수 있지만 왕기가 서려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풍수술사들은 이들 후보보다 오히려 다른 후보에 주목했다.

대권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올 초 일찌감치 출마를 포기했던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그렇다.

특히 고건 전 총리의 선친 묘(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송천 마을 뒷산에 자리)는 괴혈(怪穴)로서 왕기가 서렸다고 풍수술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역시 올 봄에 출마 포기를 선언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경우는 충남 공주시 탄천면 덕지리에 위치한 생가가 주목받았다. 그의 생가에서 언뜻 왕기가 읽힌다는 것이다.

“왕기가 서린 땅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대권 본선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일부 술사들 사이에 제왕의 관상을 지녔다고 언급되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경우는 캠프에서 생가나 선영을 알려주지 않아 확인을 할 수 없었다.

물론 풍수상 왕기가 서린 땅 기운을 갖지 않아도 대통령에 오를 수가 있다. 5년에 한 번씩 배출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존(至尊)의 자리이기는 하나 과거 임금 자리에 비한다면 너무나 흔한 자리인 것도 사실이다.

왕기가 서린 땅 기운을 받아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명당 쓰고 인물이 나기도 하지만, 인물 나고 명당이 되기도 한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이른다. 풍수상으로 전혀 대통령이 되기 어려운데, 대통령이 되고 나면 그 선영이나 생가가 흔히 명당으로 둔갑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왕기 서린 땅 기운을 받은 대통령이 나온다면 국가는 진일보하고 국민은 화평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통령이 나온다면 나랏일이 뒤엉키고 국민들의 불만과 갈등이 많아진다는 것이 풍수의 논리이다. 풍수가 왕기 서린 땅과 명당 발복을 받은 대통령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국운이 융성하고 국민이 화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또한 비록 풍수에서 명당 발복을 중시하여 좋은 땅, 왕기서린 땅에 관심이 많지만 조선 후기 사대부 유학자들이 즐겨 읽었던 풍수서 <발미론>(發微論)은 이를 경계하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땅도 마음 좋은 것만 같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사로운 개인의 욕망이 아니라 진정 시대정신을 읽어서 확연대공(廓然大公: 마음을 넓게 하여 크게 다수에게 이익이 되게 함)한 군자(君子)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제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통 풍수의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한 ‘확연대공’한 군자를 우리의 새 지도자로 뽑는 것은 땅이 아니라 결국 사람, 즉 국민이다.

대권과 風水, 왜 주목받을까?

“노무현·박정희, 풍수 기운 最强”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9년 시절 가족들과 경기도 용인 선영을 찾아 성묘하고 있다.

중국 청대의 풍수서인 <지리오결>에는 “임금과 제후가 나는 큰 명당은 기이한 형태의 괴혈(怪穴)에 있는데, 하늘이 덕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지 사람의 힘으로 구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대목이 있다. 제왕은 하늘이 땅을 통해서 낸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풍수적으로 ‘왕기’가 서린 선영의 후손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995년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가 선영을 경기도 용인으로 이장한 것은 일반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2년 뒤 오매불망해오던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2001년 여름에는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와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자신들의 선영을 옮긴 것이 화제가 됐다.

두 사람 모두 당시 한창 대권을 향한 꿈을 키우고 있던 시절이다. 이인제 민주당 대선 후보도 2005년 초 부모 묘를 이장해 그가 여전히 대권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인제 후보는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한동안 ‘민주당의 황태자’로 군림하면서 민주당 후보 ‘0순위’로 꼽혔지만, ‘복병’ 노무현 후보에게 쓰라린 패배를 당했던 경험이 있다. 대권 문턱에서 좌절한 그는 정말 풍수적으로도 제왕지기를 받지 못했던 것일까? 필자는 2002년 2월, 한 월간지 기고에서 풍수가들의 입을 빌려 이 고문의 선영에 대해 언급했다.

“이 고문(이인제 지칭)의 조부모 묘와 모친 묘는 산의 얼굴이 아니라 등에 해당한다. 즉 배신을 당할 수 있는 형세다. 특히 저 멀리 보이는 계룡산 정상을 포함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우백호들의 기세가 무섭다. 아마도 계룡산 정상이 보이기 때문에 이쪽에 무덤을 썼을까? 계룡산은 천자가 나올 수 있다는 영산이기 때문에?

그러나 이곳은 자신의 주장을 전혀 펼 수 없는 곳이다. 한때 ‘한국의 힐러리’라는 말이 나돌았던 이 고문 부인 역시 바로 기세등등한 우백호 산 기운을 타고 있다고 보면 풍수상 틀리지 않는 해석이다. 이곳 무덤은 습하여 물이끼가 끼고, 벌레 구멍들이 보이는 것도 불안하다. 자칫하면 천옥(天獄)이 될 수 있는 자리다. 이 무덤들을 향해 불어오는 역풍 역시 만만치 않다.”

몇 달 후 이인제 민주당 고문에게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노무현 역풍’을 맞아 여권의 경선에서 고꾸라진 것이다.

거꾸로 노무현 후보는 승승장구 본선에서도 이회창 대세론까지 뒤집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경선 패배 이후 결국 민주당마저 떠나 야인이 된 이인제 씨가 3년이 지난 2005년 자신의 선영을 이장한 것은 왜일까? 그 까닭이 풍수 때문이라는 말이 오고 갔다.

그렇다면 그 당시 막판 역전승을 거둔 노무현 고문의 선영은 어떠할까? 이에 대해 필자는 2002년 초 같은 잡지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당시 독자들로서는 다소 ‘황당하게’ 여길 만한 내용들이다.

“노무현 고문의 조상 묘를 들여다보기로 하자. (중략) 아무리 나쁜 상황도 노 고문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덤 앞 안산과 조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데, 내룡의 험한 바위와 달리 힘이 있고 아름답다.

지금까지의 역대 대통령의 생가나 선영과 비교해 볼 때 노 고문의 것은 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는 풍수적 해석도 할 수 있다. 풍수서 <지리오결> 가운데 다음 대목은 노무현 집안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임금과 제후가 나는 큰 명당은 기이한 형태의 괴혈에 있는데, 하늘이 덕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지 사람의 힘으로 구해지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가 대권을 장악한다면 박정희에 이어 가장 강력한 풍수의 덕을 보는 사람이 될 것이며, 박정희보다 더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줄지도 모른다. 적어도 노무현을 만들어낸 땅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풍수에서는 그가 태어난 생가(生家)와 선영을 통해 그 기운을 엿본다. 선영이나 생가는 조상들이 의도적으로 혹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잡았던 터가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선영과 생가는 한 집안의 경제력, 대지관, 그리고 가치관이 응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풍수술사들은 이를 통해 천기가 어떻게 누설되는지 엿보고 제왕지기를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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