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민간경협 본격추진-삼성.현대 入北허용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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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삼성과 현대관계자의 방북(訪北)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우리기업과의 경협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북한은 이달초 있었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남북경협본격추진선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즉각 표명했었다.이를 두고 일부 民.官 관계자들은 북한이 미국.일본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개발에필요한 자본을 이들 국가로부터 끌어들이겠다는 기본입장이 바뀌지않았음을 보여준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삼성.현대의 입북허용은 경제협력의 실질적인 방향이 우리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경로로 접촉해본 결과 북한 관계자들중에 미국.일본의 자본보다는 남한의 자본이 더 효율적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단지 체제상의 이유로 정부간 협력보다는 민간의 경협을 더 원했으며 이번 입북허용은 그 신호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초 중국의 「선호기업집단」을 통해 남한의 대호건설과 해덕익스프레스에 대해 나진.선봉지역 토지 임대및 개발.이용권을 준 사실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다.현대그룹이 이번 입북과정에 대호건설관계자 4명과 동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관계자의 첫입북,현대그룹은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89년 방북이후 5년만의 입북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를부여하고 있다.삼성그룹은 방북관계자의 면면으로 보아 전자.호텔부문과 나진및 선봉지역 인프라개발에 관심을 보이 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은 대북(對北)3대사업으로 일컬어지는 금강산개발.원산의 수리조선.철도차량공장등에 대한 투자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현대의 대북사업은 鄭명예회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으며 상사.건설.금강개발의 최고경영진이 업무를 직 접 관장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들 그룹 모두 이번 북한방문은 사전조사차원이어서 이것이 곧 대규모 북한투자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방문목적지인 나진.선봉지역의 인프라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투자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고 임금수준등 북한당국과 협의해야 할 사항도 많다.또 북한측이 우리 대기업들의 경쟁관계를 교묘히 이용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趙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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