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확보에 사활 건 지구촌 … 일본 더 공부시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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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고교 1년생들의 학업 능력을 측정하는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PISA) 순위 하락으로 충격을 받았다. 일본 고교생들은 PISA가 2000년부터 3년마다 조사해 온 주요 학업 능력의 국제 순위에서 2003년에 이어 최근 결과가 발표된 2006년 조사에서도 순위가 밀린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PISA 충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순위 하락이 학생들을 너무 자율적으로 풀어 놓는 '유토리(ゆとり.여유)' 교육의 폐해라 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부터 검토해 오던 '교육 되살리기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시중 대형 서점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PISA에서 1위를 차지한 핀란드식 교과서 코너가 등장하는 등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사회적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총리 직속 교육재생위원회는 교육 개혁 방안을 이달 말까지 확정해 문부과학성에 보고하기로 했다. 학교 운영의 자율성과 수업 시간 증가 등을 골자로 한 내용이다. 내년에는 정기국회에도 제출한다. 우선 일본의 47개 전체 광역 지방자치단체 기관장과 교육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국 학력 향상 서밋(정상회의)'이 추진된다. 학력 저하 현상이 전국 공통의 문제인 만큼 지방의 행정.교육기관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교육을 되살려 보자는 취지다. 이 같은 이벤트뿐 아니라 활력을 잃은 일본의 교육 현장에 열기를 되살릴 수 있도록 혁신적 제도를 대거 도입한다. 수요자 중심의 개혁으로는 '학교 선택제' 도입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학생들이 희망하는 학교를 골라 들어갈 수 있도록 우수 학교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인데 일단 시범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학교 간 교육 환경 개선을 경쟁시키기 위해 초.중.고 교장에게 인사와 예산의 재량을 늘려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성과가 검증된 교사를 교장이 스카우트해 올 수 있도록 '교사 공모제'를 도입하고, 교장이 장기간 책임감을 갖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현행 2~3년에 불과한 교장 임기를 5년으로 연장한다. 대학에 대한 총장의 권한도 대폭 강화한다. 총장이 대학을 민간 기업처럼 책임과 권한을 갖고 경영할 수 있도록 학장 선거를 폐지하고 직접 임명할 방침이다. 교육재생위원회 관계자는 "학장 선거가 민주적 절차라는 명분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학내 파벌에 따른 갈등이 노출되면서 대학 교육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격증 없는 일반인의 교원 채용 비율은 2012년까지 20% 수준까지 높이기로 했다. 정부 주도의 교육 환경 강화에 국민적 관심도를 높여 사회적 참여를 유도하자는 취지다. 1970년대 이후 줄곧 줄어들었던 초.중.고교의 수업시간은 2011년부터 10%가량 늘어난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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