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문학>존 그리샴 新作"가스실"완역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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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변호사출신의 미국최고 인기작가 존 그리샴(39)의 신작『가스실』(The Chamber)이 시공사에서 완역.출간됐다.지난 6월 미국에서 출판된 이래 21주동안 뉴욕타임스紙 베스트셀러에오른『가스실』은 그리샴에게 부와 명성을 안겨준『 그래서 그들은바다로 갔다』『펠리컨 브리프』『의뢰인』등의 법정스릴러물과 전혀궤를 달리하는 작품이어서 눈길을 끈다.
작품의 무대는 50~60년대 인종차별집단인 쿠 클랙스 클랜(KKK)의 폭력운동이 가장 극심했던 미시시피州.그리샴은 KKK단 가문의 4대 후손인 늙은 사형수 샘 케이홀과 그의 사형을 막으려는 젊은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인종차별 이란 미국의어두운 역사를 파헤치는 동시에 사형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있다. 케이홀은 60년대 중반 유대인 변호사의 사무실 폭파에 가담해 2명의 어린아이를 죽인 혐의로 기소된다.그러나 그때만 해도 KKK단에 동조적인 배심원들이 유죄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그냥 풀려난다.하지만 80년대 들어 상황이 바뀌면서 재 기소돼사형선고를 받고 독가스실에서 처형날짜를 기다리며 10년이 넘게감방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사형집행일이 한달 후로 결정된 날 그에게 한 젊은 변호사가 나타난다.다름아닌 그의 친손자 애덤 홀.장성하고 나서야 자신의 진짜 성이 케이홀임을 알게 된 애덤은 의도적으로 할아버지를 담당하는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작품은 애덤의 어두운 가족사 발굴과 케이홀의 사형집행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색다른 스릴감을 준다.『가스실』에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이나 그리샴 특유의 법정공방은 없지만 그대신 과연 샘이 독가스실에 들어가게 될 것인가라 는 궁금증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가스실』은 명백한 범죄자와 그로 인해 죄의식에 시달리며 망가져가는 가족들의 불행한 삶을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선악 구분이 모호해지는 당혹감을 안겨준다.샘은 폭파사건 이전에도 흑인들을 폭행.살해한 전력이 있는 범죄자이기 때문에 애덤은 그의 무죄입증이 아니라 가스실의 잔인성을 들어 사형방지에 주력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전기의자→가스실→극약으로 이어진 미국 사형제도의 변천사를 알게 되고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사형으로 목숨을 빼앗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그리샴은 또 아무 의식없이 집안의 전통에 따라 KK K활동에 가담한 케이홀을 통해 잘못된 신념이 얼마나 인간을 왜곡하는가를 보여준다.
『가스실』을 읽은 그리샴 팬들은 그가 자신의 89년도 데뷔작인 『죽음의 시간』(A Time to Kill)의 진지한 세계로 돌아갔음을 느낄 것이다.
『죽음의 시간』은 자기 딸을 성폭행한 백인 남자들을 살해한 흑인 아버지와 그를 변호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로 작품성과 문제의식이 뛰어나지만 3천부도 채 팔리지 않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사형제도 문제제기도 『가스실』의 성공으로 『죽음의 시간』도 최근 사상 최고 영화판권료인 6백만달러(약 48억원)에 팔렸으며 『가스실』도 집필단계에서 유니버설영화사가 당시 최고가격인 3백75만달러(약 30억원)에 영화화 계약을 체결했다.
〈李 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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