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이야기 독립운동사"펴낸 李炫熙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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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사학자 이현희(李炫熙.57.성신여대)교수가 역사의 대중화를 향해 또 한걸음 내디뎠다.과거를 알지 못하는 민족은 역사의과오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는 심정에서 연구실에 갇혀 있던 학문 보따리를 일반인에게 계속 풀어놓고 있다.
李교수는 최근 1894년 동학혁명이후 해방에 이르기까지 독립투사들의 항일운동을 대화체를 섞어 조목조목 옮겨놓은『이야기 독립운동사:국내편』(청아출판사刊)을 선보였다.83년 첫선을 보인『이야기 한국사』와『이야기 인물한국사』에 이어「이 야기」시리즈로 세번째의 책을 내놓은 셈이다.그는 이번에 빠진 해외편과 임시정부 27년 발자취도 같은 형식으로 펴낼 계획이다.
『학문과 대중 사이에 다리를 놓는 심정으로 썼습니다.학자마다의견은 다르겠지만 저는 학문이 전문가들의 성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일반인도 학자들의 연구성과에 손쉽게 접근할 권리가 있습니다.독립운동의 진솔한 모습을 감동적으로 알려 주는 것이 학문종사자의 책임이자 의무라는 생각이지요.』 사실 李교수는 학계에서 책을 많이 내기로 유명하다.지금까지 나온 것만 해도 줄잡아 40여권.이런 가운데서도 이번 책을 펴낸 속내는 이전의 다른 학술서적 못지않게 진지하다.학교 강의 외에 평소 외부강연을자주 나가는 그는『우리 독립 운동이 실제 이상으로 과대평가된 측면은 없느냐』는 식의 질문을 받을 때 답답했다고 한다.관심에비해 일반인들의 역사지식이 의외로 낮다는 것이다.
『국가발전의 토대는 국민의 성숙된 정신입니다.나라를 빼앗긴 원인도 넓게 보면 일반인의 지식,의식수준이 낮았기 때문이지요.
소수 매국노와 일제의 간계가 물론 직접 원인이지만 국민의 소양이 깊었더라면 그런 치욕스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내년이면 광복 50돌이 되지만 그는 아직 국민의식이 크게 신장됐다고 보지 않는다.이번 책도 바로 이런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다.
독립운동에 대한 30년이 넘는 연구결과 그가 발견한 것은 우리 민족의 강한 자존심이다.잃었던 주권을 되찾기 위해 옥고를 감수하고 또 목숨을 버린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한다.
李교수가 특히 신경쓴 부분은 학문적 조명은 물론 일반에도 잘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발굴하는 것으로 학생.농민.노동자등 이름없는 사람들의 항일운동이다.대표적인 예로 그는 섬주민이모두 나서 항쟁한 전남의 외딴 섬 소안도,6. 10만세사건에 이어 일어난 수원고등농림학교의 농민계몽운동,40년대 초반 대구사범학생들의 비밀결사,단파방송을 수신해 해외소식을 전해주었던 방송국 직원들의 숨겨진 노력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또한 각종 용어도 현실에 맞게 고쳐 동학농민운동을 동학혁명,3.1운동을 3.1혁명으로 또 일제의 창씨개명과 토지조사사업을 일본식 성명강요와 토지약탈로 표기하는 과감성을 보였다.
그는 마지막으로『흔히들 지적하는 것이지만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오히려 어렵게 사는 현실이 안타깝다』며『그들에 대한 사회의관심과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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