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속에내일이있다>6.정신과 인성이 중시되는 사회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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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총론 2.세계경영 중심국가로 발전 3.국제협력위한 정책과인력개발 4.세계화 겨냥한 제도와 의식개혁 5.창의성이 성공하는 사회건설 6.정신과 인성이 중시되는 사회건설 이제 우리사회에는 세계화가 민족공동체의 내일을 보장하는 생존.발전전략이라는데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동안 물질중심의 경제제일주의 산업화과정에서 왜곡된 가치관과 행동규범을 정상화하는 것이다.그 핵심은 물질보다 정신이,효율 못지않게 인성이 존중되도록바꾸는 일이다.그리고 이는 또 우리의 문화정체성 (正體性)확립과 직결된다.만일 우리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소홀히 한 채 너도 나도 세계시민인 것처럼 처신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민족의 자긍심이 사라지고 외래문화에 대한 모방과 맹종이 판을치게 될 것이다.이는 무조건 외국문물의 수입을 금지한 쇄국 못지않게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서울시가 지난해말부터 정도(定都)6백년기념사업의 하나로 시작한,서울과 관련된 사료(史料)의 수집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일깨워 주고 있다.
작업이 시작된 후 정작 필요로 하는 사료중 상당부분이 누락돼있는 사실이 확인돼 하는 수 없이 국사학자들이 일본.미국.영국.프랑스 등에서 탐사활동을 벌여야 했던 것이다.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탐사활동을 벌였던 서울대 이태진(李泰鎭.국사학)교수는『개항이후 6.25까지의 자료는 국내보다 외국도서관에 있는 것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첨단상품과 자본을 수출하면서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이역사와 문화에 투자하는 것은『일본은 상품을 잘 만들기도 하지만우수한 문화유산도 있다』는 과시를 통해 상품의 이미지와 가치를높이려는「일본주식회사」다운 치밀한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연구원 고석규(高錫珪.국사학)박사는『근래 들어 경제력에 의한 경쟁력외에 문화경쟁력이라는 개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며『이는 단순한 상품과 자본의 수출이 아닌 문화와 정신의 수출을 통해 장기적으로 경쟁보다 우 위에 서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이렇게 보면 우리의 역사와 문화,즉 정신을 가다듬는 일은 세계화에 앞선 필수조건인 셈이다.
최근 들어 벌어진 각종 범죄와 비리를 지켜 보면『우리사회가 엄격한 규칙 속에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세계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단적인 예로 성수대교붕괴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우리건설업체가 만든 해외건설구조물에서 일어났다면 세계건설시장에서 우리가 살아남을수 있었을까.
정신문화연구원 김형효(金炯孝.서양철학)교수는『좁은 국토에서 많은 인구가 살다 보니 우리의 인성이 거칠어진 것이 사실』이라며『세계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예절이 지금처럼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어서는 곤란하고 실생활 속의 도덕으로 정착 돼야 한다』고 말했다.
金교수는 예컨대 우리는 가정교육을 통해『성실하라』『훌륭한 사람이 돼라』고 막연하게 가르치지만 일본인들은『남을 불쾌하게 하지 말라』『빚을 떼먹지 말라』는등 실용적이고 구체적으로 자녀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과 인성이 중시되 는 사회분위기는 우리가 세계화를 이루는데 탄탄한 기초를 이루는 동시에 세계화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李夏慶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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