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 현장서 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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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교육(e러닝)과 수준별 교육, 방과 후 수준별 보충학습 및 특기적성 교육….

사교육과의 전면전에 나선 정부가 내놓은 카드다. 그러나 학부모와 교사 등은 정부의 대책에 대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에서부터 "현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대안"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이미 이 같은 교육방식을 소화하고 있는 모범사례를 소개하면서 설득에 나서고 있다.

◇방송.인터넷으로 공부=대구 영신고와 대전 충남고, 제주 서귀포여고는 교육방송(EBS)을 활용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자율학습시간이나 수업시간에 교육방송 프로그램을 이용한 수업을 진행한 뒤 학력평가와 모의고사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은평구는 인터넷 교육에서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구청 홈페이지(www.unpyong.seoul.kr)의 '인터넷 방송국'에서 중.고생에게 무료 강의를 하고 있다. 현직교사 10명이 2천6백여명의 회원을 상대로 고등학교 국.영.수와 중학 수학을 강의한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인터넷 강좌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권대봉 고려대 교수는 "소외계층의 경우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인프라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라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인터넷 교육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능력에 따라 수업한다=논산 대건고와 서울 성심여고는 수준별 교육의 대표주자다. 두 학교는 영어.수학에서 학생들의 능력에 따른 수업을 진행함에 따라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조는 학생도 줄고 수업집중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 제약이 많다고 교사들은 지적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의 수준에 따른 이동식 수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교사의 수가 늘어나야 하고 교재도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원 갈 필요가 없다=사교육으로 이뤄지는 보충.심화학습과 특기적성교육을 학교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서울 신목중에서는 매일 아침 50분간 원어민이 진행하는 영어회화 수업이 이뤄진다. 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 5시부터는 90분짜리 강좌 3개가 오후 9시50분까지 이어진다.

또 국.영.수.과 등 주요 과목의 수준별 강좌와 한문.생활체육 등의 수업 31개도 개설돼 있다. 과목당 수강료는 6만원 선. 강사는 학교 교사와 인근 학교 교사다.

신목중 유기종 교감은 "학교 교사가 보충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학부모의 반응이 좋다"면서 "학교에서 꾸준히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학원을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도 많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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