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학생기자칼럼] 극단적 민족주의가 문화발전의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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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인기를 모은 TV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영화 '식객'이 애국심 논쟁으로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태왕사신기'는 고구려 광개토대왕(375~413)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사극물이다. 한류 열풍의 주역 배용준을 캐스팅한 데다 작품이 일본에 수출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일본 진출을 위해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의도적으로 축소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개토대왕이 400년 신라 내물왕(?~402)의 요청으로 5만 대군을 이끌고 왜구를 격퇴한 역사적 사건을 쏙 뺀 채 왕위 다툼과 애정 문제에 치중했다는 네티즌의 지적이 나온 것이다. 제작사 측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다.

영화 '식객'은 '태왕사신기'와 반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일본 배급사는 한.일 양국의 역사 문제를 언급하는 장면을 편집해 주기를 제작진에 요청했다. 그러나 감독은 이를 거부했다. '식객'의 일본 진출도 불투명해졌다.

두 사례를 통해 문화상품이 민족과 역사를 반드시 담보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민족과 애국이라는 코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느낌이 든다. 유엔이 8월 "한국은 혈통주의와 단일 민족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극단적인 민족주의는 오히려 문화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본다. 우리 문화가 국경을 벗어날 때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문화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한국 문화가 세계시장에서 훨훨 날으려면, 그 날개를 붙잡고 있는 민족주의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배희원 학생기자(인천 진산고1)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김영민(서울 명덕외고).성시온(서울 원묵초).김태근(서울 관광고).성태모(화순 능주고).양봉철(서울 근명여자정보고).정성록(남원 서진여고)

◆중앙일보 NIE 강사 연구위원: 공미희(고려대 국문과 박사과정).정옥희.이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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