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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협약은 기회 CDM에 눈 돌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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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는 3~14일 세계 이목이 집중된 제13차 기후변화협약 총회 겸 제3차 교토의정서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다. 약 200개국의 정부 대표와 언론·산업계·민간단체에서 약 1 만 명이 참가했다.

이번 회의가 중요한 것은 1997년 교토의정서에 따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 36개국이 2008~2012년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을 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하기로 합의한 이후 2013년부터의 추가 감축량과 감축 대상국을 결정하는 틀을 정하기 때문이다.

후진적 사고방식에서는 지구온난화 가스 감축 대상에서 계속 배제돼 자국의 경제 발전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서구 선진국인 유럽연합(EU)은 2005년부터 자체적인 감축을 시행하고 있다. 온난화 가스 감축사업자가 후진국에서 풍력발전소 건설 등으로 석탄 등의 사용을 억제해서 감축한 온난화 가스 배출량을 민간단체와 개인이 구입하는 ‘지구 살리기 운동’에 까지 동참하고 있을 정도다. 나아가 환경운동은 최근 호주 총선에서 정권 교체까지 불러 왔다.

우리나라는 96년부터 OECD 회원국이지만, 의식 면에선 후진국 티를 벗지 못해 교토의정서상 지구온난화 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하는 국가에서 빠지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세계 12대 경제대국이면서 세계 10번째 온난화 가스 배출 국가인 한국에 대한 국제 시선은 곱지 않다.

교토 의정서는 지구온난화를 효과적이고 신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시장개념을 도입했다. 온난화 가스 감축 의무를 진 선진국에 감축량을 할당한 후 감축량을 시장에서 사고 파는 배출거래제를 허용한 것이다. 또 기후변화 방지를 후진국 산업발전과 연계시켰다.

청정에너지 등의 사용이 미흡한 후진국에서 온난화 가스 감축사업을 하면 이 감축량을 시장에 팔 수 있거나 선진국의 감축으로 인정하는 ‘청정 개발 제도’(CDM)를 들 수 있다. 이 사업이 시작된 2005년 이후 10억 달러 상당의 415개 사업이 허가됐다. 사업계획서를 신청한 1800개 사업까지 합치면 금액은 약 260억 달러에 이른다.

교토 의정서상 후진국으로 분류돼 있는 우리나라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CDM 사업을 할 경우 국제시장에서 판매해 수입을 얻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19개 CDM 사업이 이뤄져 일본·네덜란드 등에 판매해 수입을 올렸다. 이에 참여한 한 국내업체는 예상 외로 수십억원의 수입을 올려 매우 신기해했다.

온난화 가스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우리가 국내에서 시행하는 에너지 절약 또는 대체에너지 사업도 CDM을 적용받을 수 있다. 고유가 대책과 함께 감축량 획득으로 수입까지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교토의정서 체제는 최근 선진국은 물론 후진국도 후진국에서 CDM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이는 선진국과 비슷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활용해야 할 황금기회다.

우리가 대외원조자금(ODA)으로 후진국의 산림녹화사업, 전력발전, 에너지 대체사업에 투자할 경우 부수적으로 감축량까지 획득해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국제 무대에서 일석이조의 성과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이에 눈을 떠야 한다. 외국에서는 한국이 스스로를 후진국으로 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제 국력에 맞게 대외원조를 늘리고, 의식 수준을 높여 교토의정서등 세계적인 문제에 적극 기여해야 한다.

한국은 이번 발리 회의에 미국·일본을 제치고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우리의 국제 안목이 넓어지고 의식이 높아지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

박원화 외교통상부 대사·고려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