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발달장애 아들과 공익광고 찍은 가수 이상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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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그림 같은 사랑’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등의 히트곡을 가진 가수 이상우(44·사진)씨.

탤런트 한가인, 가수 장나라·휘성 등을 발굴하는 등 성공적인 연예 기획자(원업 엔터테인먼트 대표)로 거듭난 그지만, 요즘 그는 발달장애 아들 승훈(13·수원 중앙기독초등 6년)군을 수영 유망주로 키워낸 감동적인 아빠로 사람들의 입에 더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데뷔 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해맑은 그의 웃음을 보면,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가장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승훈이는 스승 같은 아들이에요. 승훈이를 키우며 진정한 사랑을 배웠고, 부부애도 더 좋아졌지요. 그래서 우리 부부는 늘 승훈이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승훈이는 올해 경기도지사배 수영대회 초등부 50m에서 1위를 하는 등 수영 유망주로 자라나고 있다. 얼마 전 꿈나무 전국수영대회에서는 4위를 했다. 발달장애 아들을 수영 유망주로 키워낸 이씨 부부의 스토리는 올 9월 KBS-2TV 프로그램 ‘인간극장’(‘고맙다, 아들아’)에서 방영돼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정신지체 장애인 수영선수 김진호(21)군의 인간 승리에 못지않은 감동적인 스토리였다.

수영 경기를 마친 아들 승훈군을 껴안고 활짝 웃고 있는 이상우씨. 조만간 방영될 광고 중 한 장면이다.

이들의 스토리는 다시 한 번 전파를 탄다. 조만간 방영될 스포츠토토의 광고에 이씨 부자가 출연하는 것. 국내의 발달장애우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희망을 북돋아 주는 공익적인 내용의 광고다.

이씨가 일 때문에 수영 대회가 열리는 수영장에 늦게 도착했는데, 출발선에 선 승훈이는 아빠가 안 보이자 불안해한다. 이씨가 두 팔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여주자 승훈이는 그제야 안심하고 경기에 임한다. 경기가 끝나고 이씨는 수건으로 승훈이를 닦아준 뒤 껴안으며 말한다. "내 마음 속에는 네가 항상 1등이다”라고.

“승훈이가 35개월 때 발달장애아라는 것을 알았어요. 충격에 석 달간 매일 술 마시며 폐인처럼 지냈지요. 하지만 아내는 달랐어요. 현실을 직시한 뒤 특수교육을 시켰고, 일곱 살 때부터는 수영을 가르쳤어요. 우리 가족은 승훈이가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승훈이도 늘 행복하게 웃고 다니죠. 수영장에서 일반 아이들과 대등하게 실력을 겨루는 승훈이가 자랑스러워요.”

이씨는 이 같은 스토리를 조만간 책으로 낸다. 동화책과 사진 수필집 두 권이다. 승훈이가 네 살 때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 1절을 다 불렀을 때 기쁨에 겨워 주저앉아 울었던 일, 승훈이가 수영 대회에서 첫 입상했을 때 가족들이 부둥켜 안고 울었던 일 등 실제 에피소드가 책에 담긴다. 그는 인세 수익 전액을 발달장애우 복지사업에 기부할 계획이다.

“장애가 있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책에 담았어요. ‘인간극장’에 우리 얘기가 나간 뒤 발달장애아 부모들이 당당하게 아이들을 키우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뿌듯했어요. 또 발달장애아가 태어나도 키울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서 둘째를 낳았는데, 둘째 아들 도훈이는 정상이에요. 승훈이는 스승 같은 아들, 도훈이는 선물 같은 아들이죠.”

이씨는 내년 발달장애우 복지사업을 위한 대규모 장기 공연을 연다. 콘서트·뮤지컬·연극 등의 공연을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문화서비스 사업이다. SG워너비(2월)·빅마마(3월)·박강성과 심수봉(4월)·유키 구라모토(8월)·윤도현 밴드(11월)·조수미(12월) 등의 콘서트와 뮤지컬 ‘시카고’(10월),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9월) 가운데 입맛대로 2회 또는 4회를 골라서 볼 수 있는 ‘컬처M 멤버십’ 서비스다. (2회 관람료 12만8000원, 4회 관람료 18만7000원. 회당 2인 관람. 1588-5848)

이씨는 공연 수익금으로 재단법인을 만들어 발달장애아를 위한 교육·재활센터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그는 “공연 취지를 설명했더니 아티스트들이 흔쾌히 응해 줬다”며 “앞으로 해마다 10개의 고품격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열악한 복지 수준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국내에 발달장애우가 5만 명인데, 복지 수준이 매우 열악해요. 장애아 통합학교는 초등학교까지밖에 없어요. 제가 하는 공연사업이 발달장애우 복지사업에 큰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승훈이가 그런 복지시설에서 평생 봉사하며 살면, 정말 행복할 거예요.”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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