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다시 문 여는 세종문화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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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13일 오전 개.보수 공사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오는 28일 역사적인 재개관을 앞두고 서울시향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서울시합창단이 한시간씩 차례로 음향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2층 객석에는 음향 보정(補正)장치를 시공한 네덜란드 SIAP사의 기술진들도 와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짧은 잔향(殘響)시간과 음압(音壓)이었지만 이번 공사로 상당 부분 문제점이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세종문화회관이 확 달라졌다. 1년2개월 만에 재개관하는 대극장 객석(左)와 26년만에 처음 교체된 음향 반사판 아래에서 리허설 중인 서울시향(右).

*** 음향 반사판 새로 설치

무대에서 소리를 내본 연주자들은 한결같이 소리가 훨씬 잘 들린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국악관현악 연주는 무대 위에 별도의 마이크를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충분히 잘 들렸다. 1차적으로는 6억7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음향 반사판을 새로 마련했고 객석의 좌우 벽면 마감재를 교체했기 때문이다. 객석 바닥의 카펫을 걷어내고 원목으로 바꾼 것도 주효했다. 1층 객석 의자 밑에 공기조절 시설을 설치하고 객석 천장의 환기시설도 저속으로 바꿔 소음을 최대한 줄였다.

사실 SIAP사의 음향 보정장치를 가동하지 않은 채 음향 측정을 해본 결과 잔향시간이 당초 예상치인 1초3을 훨씬 웃도는 1초53으로 나왔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들도 처음부터 잔향시간을 낮게 잡은 후 10억원짜리 마이크와 스피커를 내장하지 않고 객석 배치 등 건축음향에 더 신경을 썼더라면 1초7까지는 충분히 나왔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아쉬운 표정들이었다. NHK 교향악단이 정기 연주회 무대로 사용 중인 도쿄(東京)NHK홀(3천6백77석)의 잔향시간도 1초 7이다.

애초에 건축음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은 예산 부족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개.보수의 총공사비는 7백18억원. 그중 음향에 투입된 비용은 30억여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노후 시설 교체에 사용됐다. 인테리어 수리 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 음향 보정장치 '흠'

문제는 음향 보정장치를 가동할 경우 기계적인 느낌을 완벽하게 지우기 힘들다는 점이다. SIAP가 단순한 확성 장치는 아니지만 소리의 '진정성'결여라는 측면에서 연주자나 청중에게 주는 뭔가 부족하다는 이미지를 해소하기는 어렵다.

LG아트센터(1천1백석)에서 SIAP 장치를 도입할 때 '비밀 유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세종문화회관의 SIAP 장치 도입은 앞으로 개.보수 공사를 앞둔 지방 문예회관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예산 절감을 내세워 앞다퉈 전기 음향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의 경우를 교훈삼아 개.보수를 앞두고 성급하게 결론내리기 보다 충분한 검토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

글.사진=이장직 음악전문기자

*** 좌석에 LCD TV 달아

재개관 이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가장 큰 변화는 국내 최초로 설치된 개인용 액정 자막(字幕)이다. 가로 18.8㎝, 세로 12.4cm의 크기로 앞 좌석 뒤편에 부착돼 있는 LCD형 '미니 TV'다.

㈜솔트디지탈(대표 윤우환)이 개발한 제품이다. 오페라 가사 등을 3개 국어로 선택해 볼 수 있도록 했으며 공연 시작 전엔 영상을 곁들여 공연장 예절이나 작품 해설 등 을 보여준다. 좌석번호도 선명하게 나오기 때문에 어두운 객석에서도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간 휴식시간 중에는 다음 줄거리를 요약해 보여주기도 한다. 자막을 보기 싫다면 끌 수도 있다.

외국에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빈 슈타츠오퍼, 바르셀로나 리체우 극장, 미국 산타페 오페라 등이 전자 자막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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