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공연장 순례] 6. 도르트문트 콘체르트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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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전 학생 시위대가 골목을 가득 메웠던 독일 도르트문트 브뤼크 거리는 시민들의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마약과 폭력이 판을 치는 사창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992년 심포니 전용홀 건립 추진을 위한 시민단체인 '도르트문트 문화기부'가 출범했고 섹스숍과 도박장으로 빼곡했던 브뤼크 거리에 건물 부지를 마련했다.

2002년 9월 문을 연 도르트문트 콘체르트하우스는 도심 재개발의 신호탄이었다. 덕분에 섹스숍이 하나 둘씩 사라졌고 골목 건너편에 스페인 레스토랑도 문을 열었다. 콘서트홀은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는 고급 인력들을 끌어들이는 '문화적 미끼'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독일 도르트문트 하면 맥주공장.철강업.탄광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도르트문트 시가 4천9백만유로(약 7백35억원)의 건축비를 댔고 연간 3백90만유로(약 58억원)의 운영비는 민간 부문의 지원을 받는다. 객석 수는 1천5백60석. 독주회.실내악 공연에선 칸막이 커튼을 내려 9백석으로 줄일 수도 있다. 천장에는 잔향시간 조절 장치가 달려 있다. 장르에 따라 28개 조각으로 된 무대 바닥의 높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무대 정면에는 파이프 3천5백65개짜리 콘서트 오르간이 눈길을 끈다. 명지휘자들의 초상으로 벽면을 가득 메운 지하 레스토랑(1백20석), 무료 로비 음악회, 합창 강좌 프로그램도 시민들에게 인기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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