修能치던날 전국시험장 표정-날씨도 수험생도 차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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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95학년도 대학입시의 첫 관문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전국의 고사장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다.올해로 두번째를맞는 시험인데다 대학별고사를 치르는 대학이 38개 대학으로 늘어나는등 본고사의 비중이 커진 탓인지 수험생들은 비교적 침착한모습이었다.시험문제는 지난해에 비해 교과서 반영비율이 높아져 비교적 쉬운 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이날 아침 전국의 날씨가 대체로 맑고 포근해 수험생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고사장으로 향했다. ○…이번 입시에서도 예외없이 수험표.주민등록증을 분실한학생들이 나왔으나 학교측의 배려와 묘안으로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경기상고 고사장에서는 수험생 5명이 주민등록증이나 학생증을 휴대하지 않았으나 동료학생들의 신분확인을 받는「즉석보증」을통해 시험을 치르게 했다.
또 경기상고측은 한 수험생의 학부모가『발작이 심한 정신질환을앓고 있지만 시험은 꼭 치르게 해달라』고 요청해 복도에 감독관을 추가로 배치하고 양호실에 임시수험장을 마련했다.
○…제18시험지구 제2시험장이 마련된 서울강남구개포동 구룡중학교에는 서울 8학군의 주요 고등학교인 서울.서초.반포.상문.
양재.언남.세화등 7개고교 수험생 9백여명과 4백여명의 재수생등 모두 1천4백명이 이날 어둠이 채 가시기전인 오전6시쯤부터속속 도착해 수능시험의 열기가 고조.
수험생들은 대부분 교통체증으로 인한 지각을 우려해 수험장인 구룡중학교에서 3백여m 떨어진 3호선 도곡지하철역을 이용하거나버스를 이용해 큰 혼잡은 없었으나 일부 학부모가 자가용을 타고학교안까지 들어가려는 바람에 교문앞에서는 다소 혼잡.
○…이화여고 교문주변에는 학부모 30여명이 아침일찍부터 나와수험생들의 고사장입장을 지켜보았으나 예전처럼 교문에 엿을 붙이거나 부적을 붙이는 모습은 사라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초조함을 달래거나 기도나 불공을 드리는 모습.
○…김숙희(金淑喜)교육부장관은 23일 오전8시15분쯤 제15지구 제5시험장인 경기상업고등학교에 들러 시험준비 상황을 점검. 金장관은 경기상고에 도착직후 김하준(金河準)국립교육평가원장등 네명의 수행원들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현황을 설명듣고 눈이내린 강원도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수능시험에 대한 특별대책 마련여부를 확인.
○…서울 구룡중 교문앞에는 상문고등학교에서 온 李모(18)군의 할머니 홍매옥(洪梅玉.서울서초구양재동)씨가 80세의 노령으로는 견디기 힘든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손자 李군을 위해 시험이끝날때까지 교문앞에서 기도해 눈길.
불교신자인 洪할머니는 백팔염주를 손에 쥔채 연신 돌리며『실수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해야지』라면서 귀가하자는 李군 부모의 설득을 뿌리치며 손자 李군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기원.
○…충북 충주고에서는 올해 55세인 홍학희(洪鶴喜.충주시연수동)씨가 10대 수험생들과 함께 응시해 눈길.
충주시교현동에서 구두 판매점「미투리 양화점」를 경영하고 있는洪씨는 53세 때인 지난 92년 충주고 부설 방송통신고에 입학,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만학도.
○…대형 입시학원들도 이날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난이도.지원가능 점수대 등을 분석하느라 수험생과 학부모들 못지않게 긴장된 분위기. 대성학원은 국.영.수 담당강사 60여명과 사회.과학 담당강사 20여명등 총 80명의 강사가 전원 대기,과목별 시험이 끝날 때마다 세종로 교육부에서 긴급 입수한 시험지를 풀어보고 지난해 수능시험과 비교,출제경향과 난이도 등을 분석하 느라분주. 이 학원 박종곤(朴鍾崑.54)상담실장은 『올 수능시험은지난해와 달리 한차례만 실시되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긴장도가 지난해보다 더 심한 것같다』고 말했다.
○…서울 이화여고 고사장에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창덕여중 고사장과 헷갈린 수험생 10여명이 잘못 찾아와 주변 교통정리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 소속 순찰차를 타고 창덕여중으로 옮겨가느라 진땀.
특히 입실 완료시간인 오전8시30분쯤 李모(17)양등 수도여고생 2명이 이화여고로 왔다가 수험장을 잘못 찾은 것을 알고 발을 동동구르다가 경찰 순찰차를 타고 급히 창덕여중행.
○…1교시(언어영역)를 끝낸 수험생들은 전체적인 난이도는 대체로 낮은 편이라고 입을 모았으나 지문이 비교적 긴 문제가 다수 출제돼 체감난이도는 상하위권간에 약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학교내신 1등급인 상문고 송명섭(宋明燮.18)군은『지문이 길었으나 내용은 평이했으며 모의고사보다 쉬운 편』이라며『다만 듣기평가는 시사문제등이 다뤄져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서문여고 강소현(18)양은『언어영역은 교과서 밖에서 다수 출제됐지만 평소 접해본 문제들이 많았다』며『지문이 길어 시간이 걸렸으며 씻김굿.컴퓨터등을 소재로한 듣기평가 여섯문제는 다소 어려운 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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