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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세금횡령 관련기관 표정-稅盜3명 임용동기 수법같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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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부천시 거액세금횡령사건 수사에 나선 인천지검은 22일 오후 횡령세금규모 파악을 위해 원미구등 부천시산하 3개구청으로부터 넘겨받은 90~94년도분 구청 보관용 취득세.등록세 영수증철등 관계서류가 마대 20여자루와 라면상자 20여 개분량으로,이를 실어오는데 무려 승합차 2대와 1t트럭 1대나 동원되는등인천시북구청사건을 능가.
검찰은 영수증 분류작업이 끝나는대로 횡령세액 규모 파악을 위한 기초작업으로 전산입력을 시작할 예정.
○…인천지검은 지난달 인천시북구청 세무과직원 세금횡령사건 수사가 특수부.강력부를 비롯한 전직원을 동원하다시피해 관련자 80명중 61명을 재판에 회부,겨우 1~2차공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또 다시 부천시사건이 발생하자 수사관계자들은『 올해는 일복이 터져도 너무 터졌다』며 한마디씩.
특히 특수부는 올초 한국가스공사 액화천연가스(LNG)수송관로부실매설공사사건을 필두로 오림포스호텔 슬롯머신업소 뇌물상납사건,인천시구월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 청산금불법감면사건등 대형사건이 잇따라 터졌으나 해결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또 다시 부천시사건 수사에 나서게된 것.
인천지검은 이에따라 이번 사건수사를 특수부 이재원(李載沅)검사를 주임검사로 하고 다른 검사들의 지원을 통해 집중 수사하기로 결정.
○…검찰은 이번 사건이 북구청사건에 비해 세무서류대조.횡령규모파악 수사는 수월하나 관련자들의 사법처리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분석.
이같은 분석은 북구청의 경우 경찰이 수사초기단계에서 사건을 송치한데다 비리관련자들을 차례로 검거하는 성과를 올린데 비해 부천시사건은 감사원이 2개월여 감사를 벌여 횡령규모.수법등을 1차 종합적으로 파악했으나 주요관련자들이 모두 잠 적한 상태이기 때문.
이에따라 수사관계자는 관련자가 잠적해 수사가 답보상태인 인천시구월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 청산금불법감면사건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
그러나 고위관계자는『비리관련자들을 전원 검거해 죄를 저지르면반드시 처벌받는다는「상식」을 보여주겠다』며 수사의지를 강조.
○…부천시 세도(稅盜)공무원들은 대부분「임용동기」여서 서로 짜고 세금을 횡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
이는 잠적한 주범격 박정환(朴正煥.37)씨와 임동규(林東圭.
37).김흥식(金興湜.32)씨등 3명이 87년2월14일 동시에시 세정과 세무보조요원에 임용되는등 지금까지 줄곧 세무관련 업무를 맡아와 지방세 횡령을 위한 사전협의를 거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수사관계자들은 추정.
특히 이들은 각 구에서 세금을 착복한 수법이 법무사들과 짜고은행수납인을 위조해 사용하는등 동일해 서로 협의 또는 수법전수에 의한 범행을 했을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또 감사가 시작된뒤 달아난 이정백씨와 임동규씨도 89년9월부터 93년1월말까지 소사구에서 함께 근무,상하간「비밀결사」식의유착관계를 맺으며 시민들의 혈세를 삼켜온 것으로 추정.
○…세금횡령 사건이 전해진 21일 밤부터 부천시 세정과와 원미구 세무과등 세금관련 부서에는 3일째 시민들의 욕설섞인 항의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상태.
특히 일부 세무관련 부서 직원들은 2개월 가까이 계속된 감사원 특감으로 주눅이 들어 있는데다 그 결과가 언론보도로 밝혀지자『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며 체념한 표정.
가뜩이나 22일 오후 조건호(趙健鎬)시장이 직권면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 사무실의 분위기는 더욱 침체.
○…인천시북구청 세무과직원 세금횡령사건에서 드러났듯 공무원과「악어와 악어새」관계를 해온 부천시내 30여개소의 법무사사무소는 이번 사건과 관련,자신들에게 어떤 불똥이 튈지 전전긍긍.
이 때문에 시청 주변 孫.池법무소등 상당수 법무사 직원들은 이달들어 이유없이 출근을 하지 않고 있으며 전화받는 여직원을 제외하곤 거의 사무실이 텅비어 썰렁한 느낌.
○…부천시 세무비리사건도 인천시북구청 세무과직원 세금횡령사건과 같이 고위.중간직 공무원들이 상당수 연루돼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자 일부 간부 공무원이 직접 소문진압에 나서는등 적극 대응. 『달아난 세무공무원들이 시청 L.C모과장과 공모해 세금을착복했다』는 소문과 관련,부천시 金모과장은 『최근 하위직 공무원들은 혼자 먹지 상납하지 않는다』며 이들과의 결탁설을 일축.
○…22일 면직된 조건호前부천시장은 23일 오전 이임식후 기자실에 들러 침통한 표정으로『등록.취득세 징수업무는 구청장 책임아래 이뤄지는 일이지만 시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부천시민들에게 다시한번 고개 숙여 사죄한다』고 말한 뒤 곧바로 서울서초동 자택으로 귀가.
○…부천시 세무비리가 중동 신도시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진 것과 관련,감사원이 유사한 수법의 비리발생 개연성이 높다며 신도시등 대단위 신개발지를 관할하는 행정관청에 대한 일제 특별감사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하자 일산 신도시와 화정. 능곡.행신.
성사.탄현.중산등 7개 택지개발지구를 끼고 있는 고양시측은 혹시 세무비리 불똥이 튀지 않을까 좌불안석.
고양시 공무원들은 23일 오전 평소보다 다소 일찍 출근해 일과시작 30분전인 8시30분쯤부터 실.과.소별로 사무실에 모여앉아 신문을 펴놓은 채 추가로 있을지 모를 감사원의 감사방향에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金正培.全益辰. 鄭泳鎭기자〉 ○…조건호 부천시장이 직권면직되고 3개구 구청장이 직위해제되자 부천시 고위간부들은 2개월 가까이 세금횡령비리를 숨겨오며 횡령가담자의 친.인척을 접촉하면서 변상을 약속받는등 내부 수습에 몰두해온 노력(?)이 물거품됐다며 참담한 표 정.
이는 감사원감사로 세금횡령이 드러나자 박정환씨등이 차례로 잠적하거나 해외로 도피하자 시.구청 직원들이 이들의 가족.인척과만나 횡령세액을 변상케하는등 최대한(?)수습을 위해 뛰었으나 사건전모가 밖으로 새자『그동안 애쓴 보람도 물거 품이 됐다』며엉뚱한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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