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0 특집 SUNDAY POLL] 최대 승부처 ‘수도권 40대’ 표심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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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06면

수도권의 40대는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다. 첫째, 비중 면에서다. 서울과 인천·경기는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이다. 이들 4명 중 1명이 40대다. 여기서 앞서야 대세를 장악할 수 있다. 둘째, 표심 공략 대상이다. 20~30대는 감성적이고 50대 이상은 굳어 있다. ‘합리적 보수층’으로 불리는 40대는 우리 사회의 핵심 이슈와 정책 선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계층이다. 셋째, 전략적 가치가 있다. 지역·이념·세대 등 전통적 대결구도 약화를 대체할 수 있는 계층이다. 게다가 기업의 부장·이사급으로 사회의 허리 계층에 해당하는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오피니언 리더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이명박에 더 쏠림 현상…지지율 昌·鄭의 3배

각 후보 진영에선 현재 수도권, 특히 40대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현 정권의 교육·부동산 정책에 냉담한 이들을 집중 공략해 대세론을 다질 태세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전통적 지지층이었던 이들의 지지를 회복해 막판 대역전을 벼르고 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합리적 보수층’ ‘보수화된 386’에게 “누가 제대로 된 보수냐”고 묻고 있다.

선거를 열흘 앞둔 현재 수도권 40대에선 한나라당 이 후보가 46.2%의 지지율로 독주하고 있다. 이명박 대세론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40대의 이 후보 지지율은 전국 평균(42.8%)이나 서울(47.3%), 인천·경기(45.4%) 전체 지지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실제 투표 결과에 더 가까운 ‘투표 확실층’(꼭 투표할 것) 지지율에선 이 후보의 우세가 더욱 확고했다. 수도권 40대 중 투표 확실층은 83.0%로 국민 전체(79.8%)보다 많았다. 이들의 이 후보 지지율은 50.9%로 수도권 40대 전체 지지율(46.2%)보다 더 높다.

이처럼 수도권 40대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높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시장 재직 후반기부터 시작됐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거부감이 쌓여 ‘정권교체’ 심리가 형성됐고 ‘친(親)이명박’ 표심으로 이어졌다. 평소 가정과 직장에서 이명박 대세론으로, 그리고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추석 등 명절 때마다 고향으로 전파됐다.

이명박 대세론을 바라보는 수도권 40대의 마음이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이 후보 지지자의 경우, 대안이 없어서(36.5%)가 아니라 ‘이 후보가 좋거나 마음에 들어서’(63.5%)라는 응답이 더 높다. 그러나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수도권 40대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기 때문(36.7%)이 아니라 ‘이 후보가 싫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60.3%)라고 답했다. 이들의 고민은 노 대통령과 정당 지지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수도권 40대의 노 대통령 지지도(23.0%)는 일반 국민의 그것(31.4%)에 비해 훨씬 낮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41.0%) 역시 일반 국민(45.1%)에 비해 낮고, 대신 ‘지지 정당 없음’이 33.8%로 일반 국민(27.9%)보다 높았다.

수도권 40대에서 이회창-정동영 두 후보는 선두인 이명박 후보와 현격한 지지율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최대 승부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 후보 14.9%, 정 후보 13.9%로 전국 평균 지지율(15.1%, 18.5%)에 비해 낮다. 특히 수도권 40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정동영 후보는 서울(17.0%)과 인천·경기(15.8%) 전체에 비해서도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정 후보는 BBK 수사 결과 발표와 6일의 1차 TV토론회를 거치면서 전국 지지율에서는 이회창 후보를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미약하지만 지지층 결집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부동층이 가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체(11.7%)에 비해 수도권 40대(13.2%) 부동층이 다소 많긴 하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기권할 가능성이 있다. 단일화를 통한 지지기반의 외연 확대가 남아 있는 정동영 후보의 유일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회창 후보 역시 얼마 되지 않는 부동층을 바라보고 있다. 정당보다 인물을 중시한다는 수도권 민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후보의 자질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한때 진보 성향의 가치주의자였고 현재는 노무현 학습효과를 갖춘 수도권 40대 공략이 여의치는 않을 것 같다.

월간중앙 12월호에서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이명박 후보 지지율의 핵심은 서울과 수도권 지지율”이라고 했다. 또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전 세계적인 보수화 경향에 10년 야당 생활의 헝그리 정신이 보수를 떠받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그리고 수도권 40대에서 최대 승부처다운 승부를 관전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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