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부처 對北창구 주도권다툼-상공부.기획원등 기구확대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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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조업체인 H사의 대북(對北)업무 책임자인 P부장에게 최근 상공자원부 상역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회사의 대북교역 현황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상역국은 상공자원부의 남북교역 담당부서가 아니었지만 P부장은정부 부처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위해 정성껏 자료를 뽑아 다음날아침 전화로 통보했다.
전화를 끝내고 몇시간 뒤 이번에는 경제기획원 지역경제과에서 비슷한 내용을 요구해왔다 .
지역경제과는 대북투자업무를 담당하는 창구의 하나라 P부장팀이하던 일을 뒤로 제치고 보고서를 만든건 당연한 일.
정부가 남북경협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지난 8일부터 최근까지이 회사가 비슷한 내용의 보고를 한 정부기관은 이 외에도 3곳이나 된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터에 이런 저런 보고서 작성에 시간을보내고만 P부장은 불만을 터뜨렸다.
『도대체 평소 전화 한 통화 없던 정부 관련부처들이 새삼스레관심을 쏟는게 이상스러울 정도입니다.더구나 관계도 없는 부처에서 오는 협조요청으로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남북경협 활성화방안 발표 이래 경제부처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이유를들어 자기 부처를 경협의 단일창구로 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경제기획원은 최근 지역경제2과를 북한업무 전담과로 개편했으며앞으로 대북경협의 단일 창구가 되기 위해선 부서이름도 북한과로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상공자원부도 이에 질세라 기본적으로 대북경협이 무역중심이라는 이 유로 단일 창구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상공자원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전문적인 경제지식이 없는 통일원에 남북경협 문제를 맡길 수는 없는것 아니냐.』며 상공자원부 주도의지를 은근히 내비췄다.
이에 대해 통일원은 남북문제가 중대한 정치사안인만큼 지금처럼통일원의 통제아래 관계부처들이 업무를 나누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경제감각이 없는 통일원에서 경제부처로 대북업무를 대폭 이관하는 것은 환영한다』고 전제,『관련부처를 통합지휘할 수 있는 차원에서 단일 창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주장하고 있다.
모처럼의 경협분위기를 맞아 한쪽으로 힘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인데 부처할거주의에 따른 관련부처들의 경쟁으로 국력을 낭비하지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林峯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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